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협상 진전을 주장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을 꺼내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이란의 결정적 양보안을 제시했거나 애초 트럼프의 선박 구출 작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 대표들과 완전하고 최종적 합의를 향해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파키스탄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요청과 이란을 향한 군사작전에서 거둔 막대한 성공을 고려해 '프로젝트 프리덤'를 일시 중단하기로 상호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진행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봉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루 만에 멈춘 '프로젝트 프리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개시한 '프로젝트 프리덤'은 하루 만에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박 구출 작전 착수 선언 뒤 이란과 교전을 이어간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번 선박 구출 작전에 착수한 4일 아파치 헬기가 미군 에스코트 선단을 위협한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정 6척을 격침하고 이란의 크루즈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미국 선박이 항만 규범을 위반해 우리가 타격해 되돌렸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양측이 전황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작전 첫날 소규모 교전이 벌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두고 미국 국제문제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프로젝트 프리덤으로 말미암아 취약했던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위기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서도 크루즈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이는 4월8일 휴전합의 뒤 처음으로 이란이 제3국을 직접 타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선언은 이처럼 휴전협정이 깨질 위기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번 프로젝트의 실효성에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 문제와 호르무즈, 트럼프는 좁혀지지 않는 두 개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구출 작전의 중단을 밝히면서 이란과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핵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슈는 미국과 이란 양측이 양보하기 어려운 벽으로 남아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이 하루 만에 양보안을 내놨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5월3일 미국의 전쟁배상금 지급, 대이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통제권 유지 등을 담은 14개 항목의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상안은 핵문제를 후속단계로 미루고 미사일 협상은 아예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하며 사실상 이 제안을 거부했다.
핵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서로 절대 물러서기 힘든 안건으로 꼽힌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의 핵농축 활동의 완전한 종료'가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으로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글로벌 외신들은 이란의 입장에서도 핵문제는 정권 유지와 맞물려 있어 미국과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이란이 핵농축 권리를 양보할 경우 정권의 정치적 명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양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도 마찬가지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4월 중순 내놓은 특별보고서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카드를 미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받으려는 노림수로 활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호르무즈 봉쇄카드 자체가 사실상 이란이 가진 몇 안 되는 협상 지렛대이기 때문에 쉽게 내놓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교착 상태 장기화'에 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5월5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선언문에 서명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 AP통신=연합뉴스
글로벌 외신들과 안보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수록 이란과 협상이 어려워지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바라본다.
인도 경제매체 머니컨트롤은 5월3일 보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오히려 이란의 온건파를 약화시키고 강경파를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고 있다"며 "이 구조에서는 교착상태의 장기화가 더 현실적 시나리오다"고 전했다.
벨기에 분쟁예방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한 압박이 의도한 결과를 내지 못할 때마다, 마법처럼 승리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 새로운 강압수단을 찾아왔다"며 "그는 항상 나사 하나만 더 조이면 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바에즈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탈출구 없는 헛수고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제시하지 않는 한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