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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년 전 약속을 뒤집고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사업 안정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정화를 위해서 수익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정유사업은 올해 ‘조 단위’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흑자전환이 절실한 배터리사업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용호 무배당 카드까지 꺼내며 재무안정 총력, 정유·배터리는 여전히 기대·과제 상존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3일 SK이노베이션 안팎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연초부터 전사적 중장기 성장전략을 제시하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직전 연도 실적발표에서 뚜렷한 연간 이정표를 제시하지 않았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기류인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실적발표와 ‘중점 추진과제’를 내걸고 전력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책임지는 솔루션을 확보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래 에너지전환의 핵심 영역을 전기사업이라고 본 것이다.

앞서 장 총괄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핵심 축으로 전기화 사업을 꼽고 전력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연구개발(R&D) 역량의 확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에도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 이후 주주환원을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2024년 말의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10월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을 통해 2024~2025년 매년 최소 1주당 2천 원을 배당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익 변동 때에도 안정적이고 예상 가능한 주당배당금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두 번째 해에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이 악화했던 2020년과 2023년에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무배당은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자산 손상을 인식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5조4061억 원을 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 가운데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4조 원가량의 자산 손상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미국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의 구조재편을 통해 미국 켄터키 공장의 자산 가치를 9조8천억 원에서 5조8천억 원으로 낮췄다.

이번 자산 손상 인식은 포드와 블루오벌SK 합작체제를 종료하는 과정으로 조만간 추가 재무개선도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앞선 손상 인식은 회계 기준에 따라 자산가치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조정으로 현금흐름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 또 올해 1분기 안으로 포드가 블루오벌SK의 켄터키 공장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할 예정인데 이에 따라 5조4천억 원가량의 차입금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배터리 구조재편으로 장 총괄사장이 또 다른 SK이노베이션의 중점 추진과제로 세운 ‘리밸런싱’, ‘재무구조 안정화’ 등 내실 다지기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중점 추진과제들은 SKE&S와의 합병, SK온의 계열사 합병 등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에서 진행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포트폴리오 정비를 완수해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장 총괄사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의 두 과제의 성패가 안정적 이익창출에 있다는 점을 보면 정유사업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부문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특히 석유제품 수급 여건이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상승 흐름이 최소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유(석유)사업에서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배럴당 3~6달러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10달러 초반대까지 높아졌다. 통상 업계에서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배럴당 4~5달러를 웃돌게 된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에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4663억 원을 보며 바닥을 찍은 뒤 반등에 성공했다. 앞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749억 원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대 중반에서 최대 2조 원대 초반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은 업황 개선세에 접어들었다”며 “2028년까지 수요 증가분이 공급 증가분을 초과하는 업황에 진입해 당분간 안정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K온의 배터리사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많은 만큼 장 총괄사장의 최대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벌SK의 합작종료 등 구조재편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점,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사업전환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출범 이후 SK온의 숙원인 흑자전환이 올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사업(SK온)에서 영업손실 9319억 원을 냈다. 2024년(영업손실 1조1270억 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를 1조 원 아래로 줄였지만 여전히 흑자전환과는 갈 길이 먼 수치다.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하면 SK온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조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 완성차 고객사들이 전기차 사업을 축소하는 데다 유럽에서도 중국 전기차 침투율이 높아지면서 SK온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점유율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 가동률 등 배터리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실적 개선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ESS에서 중장기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은 비우호적 대외환경에 맞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재무건전성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올해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하는 등 신성장 영역에서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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