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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재계를 덮치고 있다. 증권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국내 상장 금융사 가운데 자사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1, 2위를 다투는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 보율이 가장 높은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 보율이 가장 높은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부터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심사를 개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월 주주총회 시즌 이전에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속도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은 모두 기형적으로 높은 자사주를 통해 오너의 경영권을 방어해왔으며, 지분 승계를 더 미루기 힘든 시점에 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 된다면 두 회사 모두 경영권 방어막 상실과 주가 급등에 따른 승계 비용 폭탄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 '회장님의 금고' 자사주, 31년 묵은 방패 뺏기나

재계에서 자사주는 종종 ‘회장님의 금고’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개인의 돈이 아니라 회사의 돈으로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마법’의 재료가 되는 것이 바로 자사주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으면 ‘지분 싸움’이 벌어졌을 때 자사주를 소위 ‘백기사’에게 매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신영증권은 1994년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이후 31년 동안 단 한 주도 소각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5년 9월30일 기준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발행주식의 51.23%에 이른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보다 회사가 금고에 넣어둔 주식이 더 많은 기형적 구조다.

부국증권 역시 만만치 않다. 부국증권의 자사주 비중은 42.73%로 신영증권에 이어 증권사 가운데 2위다. 부국증권 역시 최근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국증권은 2025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자사주를 "적절한 시기에 처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증권사에게 자사주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막아내는 절대적 방패”라며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강제된다면 오랜 시간 쌓아온 경영권 ‘방어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다.

◆ 경영권의 ‘방패’였던 자사주 사라진다,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서로 다른 셈법

원종석 회장이 이끄는 신영증권에게 상법 개정안은 당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칼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영증권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원국희 명예회장(10.42%)과 원종석 회장(8.19%)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0.64%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과반이 넘는 자사주(51.23%)가 '백기사' 역할을 하며 사실상 70%가 넘는 우호 지분을 보유한 효과를 누려왔다. 하지만 자사주 전량 소각이 의무화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체 발행 주식에서 자사주가 사라지면, 원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단순 환산 시 약 42.3%로 재조정된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70%가 넘었던 기존의 '철옹성'에 비하면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행동주의 펀드 등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를 규합해 경영권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다면 이를 반드시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개정안이 확정되면 개정된 법에 따라 주주가치제고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국증권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과 그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신영증권의 원종석 회장 일가와 비교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은 12월30일 공시 기준 전체 지분의 34.51%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자사주(42.73%)를 소각하게 되면 김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현재 34.51%에서 60.2%까지 치솟게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통과에 필요한 의결권 비율인 66.7%에는 미치지 못하는 지분율이지만, 이 조건이 ‘발행주식 총수’ 기준이 아니라 ‘출석 주주 의결권’ 기준이라는 점을 살피면 사실상 경영권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국증권이 자신 있게 사업보고서에서 ‘자사주 처분’을 이야기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부국증권의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부국증권은 자사 주식의 가격 안정을 위하여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적절한 시기에 처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급등하는 신영증권 부국증권 주가, ‘승계’ 목전에 있는데 세금폭탄 현실화된다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서는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분야도 있다. 바로 ‘승계’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40% 이상이 일거에 사라지면 주당순자산가치(BPS), 주당순이익(EPS)등의 지표와 주가는 기계적으로 급등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의 주가는 이미 상법개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등하고 있다.

올해 1월9일 장중 12만8300원까지 하락했던 신영증권 주가는 3차 상법개정안 ‘속도전’ 이야기가 나오며 급등하기 시작해 20일 종가기준 15만9천 원까지 올랐다. 7거래일 동안 23%가 올랐다. 부국증권 주가 역시 13일 종가 기준 5만5300원에서 20일 종가기준 6만4700원으로, 5거래일 동안 17% 급등했다. 

문제는 지분 승계를 앞두고 있는 기업에게 주가의 급등은 상속·증여세의 폭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원종석 회장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신영증권의 지분 8.19%를 들고 있다.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국희 명예회장의 지분 10.42%를 물려받아야 한다.
 
부국증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국증권의 유력 후계자인 김상윤 유리자산운용 부회장이 보유한 부국증권의 지분은 2.39%에 불과하다. 김중건 회장(12.22%)과 김 회장의 동생인 김중광 씨(11.79%)의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 김 부회장 입장에서는 주가 급등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부국증권이 지분 99%를 보유한 자회사다.

가뜩이나 승계 자금 마련이 과제인 상황에서, 상법 개정으로 인한 강제 주가 부양은 감당하기 힘든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신영증권은 원종석 회장이 세금 마련을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분 매각 등 추가적 지배력 상실 위험이 있다는 점, 부국증권은 김상윤 부회장이 물려받아야 하는 지분의 크기가 크다는 점에서 3차 상법개정안이 각각의 오너십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시간은 오너의 편이 아니다, 상속 시계 앞당기는 상법 개정

두 회사 모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시간'이다.

신영증권의 창업주 원국희 명예회장은 1933년생으로 2026년 기준 90세가 넘는 고령이다. 상속 이슈가 말 그대로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부국증권 역시 김중건 회장이 1952년 생, 후계자 김상윤 부회장이 1978년 생으로 승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 개정 논의는 오너 일가가 준비해 온 승계 시나리오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3차 상법개정안에서 ‘유예 기간’을 단 6개월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역시 두 회사가 승계 시계를 빨리 돌려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22인이 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 341조4 제1항에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자기주식을 소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부칙 2조에서는 개정안 시행 당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자사주)의 의무 소각은 6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즉 신영증권과 부국증권은 법안의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로부터 1년 이내, 다시 말해 시행일로부터 1년6개월 이내에 자사주를 소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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