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취업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부족한 연금과 노인 빈곤이 노년층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몬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기다리는 일자리는 경력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일자리의 숫자는 좋아졌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온다.
은퇴 후 경력을 살리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AI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 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고령층(55~79세) 취업자는 1012만5천 명으로 1년 전보다 34만5천 명 증가했다. 고령 인구가 1701만7천 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앞으로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층은 1178만2천 명으로 전체의 69.2%에 이르렀다.
고령층 취업자가 1천 만 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된 첫 번째 이유는 부족한 노후 소득이다. 근로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가 53.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상당수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노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일하는 즐거움'을 꼽은 응답도 36.7%에 달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고 싶은 욕구 역시 적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노인 일자리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노인 일자리는 전년 109만8천 개에서 115만2천 개로 5만4천 개 늘어났다. 또한 고령자 고용률도 2020년 66.6%에서 2025년 70.5%까지 꾸준하게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단순 공익활동형보다 경력과 역량을 활용하는 '노인 역량활용형' 일자리를 15만6천 개에서 19만7천 개로 확대했다. 돌봄서비스와 통합돌봄,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 안심귀가 도우미 등 사회적 수요가 높은 분야가 늘어난 점은 분명 이전보다 진전된 변화다.
그러나 국가가 제시한 공익활동형 일자리는 월평균 29만 원 수준의 활동비를 받고 11개월간 참여하는 데 그친다. 역량활용형 역시 월평균 76만1천 원을 지급받지만 활동 기간은 10개월 수준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구조인 만큼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연금연구원 분석도 비슷한 현실을 보여준다. 퇴직자의 80%는 2년 안에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실제 고령층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 종사자가 22.3%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 종사자가 15.3%로 뒤를 이었다. 반면 관리자는 2.1%, 판매 종사자는 8.7%에 그쳤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이유는 고령자들이 축적한 경험이 재취업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축적한 경력과 전문성을 퇴직 이후에도 이어가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며,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 인력이 노동시장에서는 값싼 노동력으로 소비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즉 고령노동자의 상당수는 50대 초반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실업과 소득 공백을 겪고, 이후 기존 경력과 무관한 저임금·단순노무직으로 이동해 70대 초반까지 노동을 이어가는 경로를 밟는다. 노동시장 복귀는 가능하지만 '괜찮은 일자리'로의 복귀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부가 역량활용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앞으로는 단순히 공급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경력과 실제 연결되는지, 최저임금 이상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지, 1년 이상 지속 가능한지, 교육 이후 민간 일자리로 이어지는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독일의 '퍼스펙티브 50플러스(Perspektive 50plus)'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된 이 사업은 50세 이상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면서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고용센터와 기업, 복지기관이 협력해 지역 산업에 맞는 일자리를 직접 발굴하도록 했다. 즉 중장년층이 가진 경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를 통해 재취업의 지속성과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평가 결과, 참여자는 일반적인 고용서비스 이용자보다 18개월 뒤 취업할 확률이 10~12%포인트 높아지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 역시 노인 일자리의 성과를 단순한 공급 물량으로 평가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익형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 기업의 인력 수요와 고령층의 경력을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