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권 공화당과 도전자 민주당이 각기 다른 종류의 '악재'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국-이란전쟁과 물가상승이 지지율을 갉아먹고 있고, 민주당은 여론에서는 앞서지만 선거를 치를 정치자금이 모이지 않고 있다.
미국 11월 중간선거는 전쟁리스크를 안은 공화당과 정치자금 부족을 겪는 민주당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이미지.
7일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리스크 가운데 어느 쪽이 11월 중간선거 승부를 가를 더 결정적 변수인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공화당을 흔드는 '전쟁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PA=연합뉴스
최근 진행된 미국 여론조사는 공화당에게 뚜렷하게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CNN이 7월23일~27일 등록유권자 12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늘 의회 선거가 열린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47%가 민주당을, 39%가 공화당을 선택했다. 이는 오차범위(±3.2%포인트)를 벗어난 격차이다.
로이터가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7월29일~8월3일 미국 성인 4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는 공화당에 더 불리한 상황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5%까지 떨어졌다. 중간선거 투표에서 지지할 정당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2%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공화당은 37%의 지지율을 보였다. 경제운영 능력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발발한 뒤 휘발유 가격이 25% 넘게 뛴 결과가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익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을 인용해 의회 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딕 웨덤스 전 콜로라도주 공화당 의장은 올해 4월4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돌발적 행동들은 공화당을 늘 수세에 몰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옥죄는 '정치자금 부족'
미국 미시간주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서 승리한 '강성 진보' 엘사예드 후보. ⓒ AP통신=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여론에서는 앞서지만 정치자금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정치자금 모금 결과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문화를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6월30일 기준 현금보유액은 1630만 달러(한화 약 230억 원)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현금보유액 1억2850만 달러(약1830억 원)과 비교해 12.7%에 불과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보유한 현금보다 많은 1850만 달러(약 262억 원) 규모의 부채도 지고 있어서 워싱턴 당사건물을 담보로 1500만 달러(약 213억 원)를 대출해야 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4월 보도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상하원 선거위원회 우호 슈퍼팩(무제한 정치자금 모금이 가능한 민간 후원단체)을 합친 공화당 진영 전체 자금력이 8억4360만 달러(약 1조2천억 원)로 민주당 진영과 비교해 6억 달러(약 8515억 원) 더 많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정치자금난을 겪는 배경에는 거액 기부자들의 이탈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기부자이자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투자자 조지 소로스와 아들 알렉스 소로스는 2018년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40만 달러(약 5억6천만 원), 2022년에는 100만 달러( 약 14억2천만 원) 이상을 기부했지만 올해는 아직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기부자이 소셜미디어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도 올해는 민주당전국위원회에 기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화당의 핵심기부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슈퍼팩이 최소 8개 주에서 최소 1억 달러를 지출하도록 승인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이 올해 7월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시민단체 '조세공정성을 위한 미국인(ATF)' 분석으로는 상위 50개 억만장자 가문이 쏟아 부은 3억4430만 달러(약 4886억 원) 가운데 약 79%가 공화당 쪽으로 흘러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런 정치자금 부족을 실제 승부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 미시간주 민주당 상원 후보 경선에서 진보파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정치자금 부족에서 승리를 거둔 일이 미국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알사예드 후보는 상대후보가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TV광고에 12배 이상 많은 정치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도 이번 경선에서 승리했다.
엘사예드 후보는 오히려 상대후보가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AIPAC과 지역 전력회사 DTE에너지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점을 파고 들어 '기득권 대 서민'의 구도로 판세를 뒤집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승리를 두고 "다른 민주당 후보들 역시 유권자들이 싫어하는 단체나 업계가 공화당 후보를 후원했다는 점을 짚을 수 있다"며 "공화당 후보들이 이런 업계의 뜻대로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을 펼친다고 강조하면 재정적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공화당의 문제는 전쟁과 물가라는 구조적 악재로 유권자의 근본적 신뢰를 잃고 있는데, 민주당은 정치자금이라는 '실탄'이 부족하다. 다만 엘사예드 사례가 보여주듯 정치자금의 열세가 곧바로 패배로 직결되지는 않으며, 메시지 전략과 후보 경쟁력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