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헌법이라는 우스꽝스러운 결정이 노무현의 꿈을 가로막았다. 이제 수도 결정권을 국민과 국회에 돌려줘야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1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책설명회를 통해 행정수도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1일 세종시 다정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첫 정책설명회에서 행정수도 완성과 조국혁신당 개헌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유튜브
조 대표의 행정수도 원포인트 개헌 주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과거 원포인트 개헌론과는 궤를 달리하는 전략적 차별성을 갖고 있다.
기존 원포인트 개헌론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또는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일치 등 권력구조 개편에 치중돼 있었다. 그런데 조 대표가 이날 꺼낸 원포인트 개헌론은 수도 이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여야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는 가치를 담아낸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2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내년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지방선거에 걸맞은 개헌만 딱 합의해서 통과하면 된다”며 “지방분권 공화국을 (헌법) 조문에 넣는 것, 수도 조항을 넣는 것, 헌법 전문에 5·18과 부마항쟁을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조항에 ‘수도’를 넣자는 조 대표의 주장은 헌법에 ‘대한민국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렸는데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차단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먼저 함으로써 헌재의 논리를 원천적으로 소거한 뒤, 후속 법률로 세종시를 수도로 명시하는 '2단계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원포인트 개헌'이란 헌법 전체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거나 시급한 특정 의제 하나만을 골라 핀셋으로 집어내듯 개정하자는 방식을 뜻한다. 이 때문에 기존에 원포인트 개헌론이 언급될 때에는 정치권력 획득을 위해 투쟁하는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권력구조’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개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게 바로 ‘대통령 4년 중임제’다. 현재 5년 단임제가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고 '레임덕'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 국정 운영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이 중간 평가를 통해 재신임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가장 많이 언급돼 온 대통령 4년 중임제마저도 여야의 시각 차로 추진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그 개헌이 제안된 당시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을 해도 연임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개헌안 부칙을 통해 이 조항을 무력화하거나 임기를 단축한 뒤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재집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김대중강당에서 열린 국정 설명회에서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 임기)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이재명 정부 임기) 5년이 너무 짧다’고 하는 거 아니냐.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석 총리가 기어이 이재명 장기 집권의 군불을 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요건을 강화하거나, 국회 예산 편성권을 일부 인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분권’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론도 자주 등장한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당 대표들로 구성된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올해 2월 간담회에서 “권력구조 개헌에 관한 국민여론이 어느 때보다 비등한 상황”이라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과제를 상정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이번 조 대표의 원포인트 개헌론은 권력 구조 논의를 완전히 배제하고 '수도 이전과 지방분권'이라는 단일 의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는 여야 합의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적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사회권 선진국’이라는 핵심가치에도 맞닿아 있다.
조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개헌론을 주장하면서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을 세종으로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자본·기회·권력'의 3대 핵심 요소를 지방으로 강제 분산시키겠다는 강력한 국가 균형발전 의지를 나타냈다.
조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대전·충남 통합 논의를 넘어서야 한다”며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데 세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 주셔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노무현 대통령께서 주장하셨던 그 취지대로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지방분권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