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른바 ‘찐명’(진짜 이재명계)을 표방하며 ‘당정 엇박자’에 대한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게 돼 선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유동철 민주당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왼쪽)과 이건태 의원. ⓒ뉴스1
14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 후보 등록이 오는 15일(월)부터 17일까지 진행된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임한 최고위원 세 명(전현희·김병주·한준호 의원)의 후임자를 내년 1월11일에 선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과 이건태 의원인데 모두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청래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유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직접 영입한 인사로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소속이자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컷오프에 반발한 ‘반청’(반정청래) 인사로 평가된다.
유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가 추진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동일하게 만드는 1인1표제를 두고 “중앙위원회의 1인1표제 부결은 절차 부실·준비 실패·소통 부재의 결과”라며 “쓸데없는 논란을 만들고 의미 없는 편 가르기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라고 직격했다.
유 위원장은 정 대표가 ‘재판중지법안’처럼 대통령실과 조율되지 않은 사안을 추진함으로써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은 11일 한국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이 외교 순방 중에 당 안에서 계속 논란이 생긴다든지, 대통령실과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나 법을 추진한다든지 이런 논란 자체가 문제”라며 “대표적으로 재판중지법 추진은 대통령이 전혀 원하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여 흠집낼 수 있는 법안인데 왜 추진했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결부된 법안을 대통령실과 소통을 안하고 추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초선 이건태 의원도 11일 최고위원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직통’(당원과 직접 통한다)·명통(대통령과 통한다) 후보임을 강조하며 그동안 당정 사이의 엇박자를 낸 정 대표를 겨냥한 듯한 주장을 펼쳤다.
이 의원은 “정부와의 엇박자로 이재명 정부 성과의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가는데 당이 다른 방향으로 가거나 속도를 못 맞춰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심·민심·통심이 이건태로 통하도록 하겠다”며 “당청 원팀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제가 최고위원으로 당청 핫라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견제하려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나오면서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의 대결 구도가 됐다는 시선도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2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두고 “이렇게 정권 초기에 권력 분화, 권력 투쟁이 일어난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특히 유동철 위원장은 여러 가지 의사결정에 있어서 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최고위원으로) 들어간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친청’ 최고위원 후보로 정청래 대표 직속 민주당 민원정책실장을 맡고 있는 임오경 의원과 당 조직사무부총장인 문정복 의원, 이성윤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임오경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제가 지켜본 정 대표는 누구보다 (이재명)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누가 친명인가, 권력과 기득권을 위해 정 대표를 견제하고 흔들려고 최고위원이 되려는 사람이 친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 선출될 최고위원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포함한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최고위원 선거 결과는 정 대표의 잔여 임기 리더십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청계' 성향의 후보가 다수 선출될 경우 이는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 당원들과 중앙위원들의 견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선거인단별 유효투표 결과 반영 비중을 중앙위 50%·권리당원 50%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친명’ 대 ‘친청’ 구도로 해석되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여당 내부가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헌 개정안 부결도, 최고위원 보궐선거도, 친명과 친청의 대결이라 규정하는데 민주당에 친청은 없다, 친명만 있을 뿐”이라며 “외부의 갈라치기는 당을 흔들고 결국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사이에는 조금의 균열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논리인 ‘당정 엇박자’를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11일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을 언급한 뒤 “당정대 간 바늘구멍 만한 빈틈도 없이 의견이 일치했다”며 “앞으로도 원 팀, 원 보이스로 굳건히 단결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