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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이사가 한국 신화를 배경으로 만드는 AAA급 게임에 도전장을 던졌다. ⓒ 허프포스트코리아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이사가 한국 신화를 배경으로 만드는 AAA급 게임에 도전장을 던졌다. ⓒ 허프포스트코리아

[씨저널] “어렵더라도 빅 게임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빅 게임은 기존 대작 게임을 넘어 글로벌 시장의 인기 타이틀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검은신화:오공'이나 ‘킹덤컴:딜리버런스2’가 대표적 사례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이사가 올해 중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했던 이야기다.

박 대표의 이야기 도중 나오는 ‘검은신화:오공’(오공)은 중국의 게임회사 게임사이언스가 2024년 8월 발매한 AAA급 콘솔 액션 게임이다. 출시 4일 만에 1천만 장, 한 달 만에 2천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매출은 출시 2주만에 매출 1조2천억 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게임 구매 플랫폼 ‘스팀’ 기준 오공이 세운 판매량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서유기’라는 자신들의 고전을 전면에 내세운 이 게임은 “가장 중국적인 것”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첫 AAA 콘솔 블록버스터라는 상징성을 얻었다. 

TGA(더게임어워즈)와 스팀어워즈, 각종 GOTY 수상으로 비평 성과를 확보했고, 스팀 동시접속자 240만 명을 넘기며 중국풍 싱글 패키지 게임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오공의 흥행은 한국 게임업계에도 커다란 충격을 줬다. “왜 한국은 자국의 문화를 바탕으로 오공급의 AAA급 콘솔 게임을 만들지 못했나”라는 자성의 목소리와 모바일 중심 수익모델 구조를 향한 게이머들의 비판이 동시에 커졌다. 한국 게임업계에 ‘오공 쇼크’라는 단어가 생겼을 정도다. 

‘빅 게임’을 강조했던 박용현 대표가 하나의 AAA급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통해 국내 게임업계의 ‘오공 쇼크’를 정조준했다. 넥슨게임즈 산하 게임 개발 스튜디오 로어볼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우치 더 웨어페어러’(우치)가 그 주인공이다. 

◆ 전우치·조선 판타지를 내세운 ‘가장 한국적인 빅 게임’ 실험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한 AAA급 싱글 플레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넥슨게임즈와 로어볼트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조선 후기 시기를 모티프로 하는 세계관에 요괴·도술·민속 요소를 결합해 ‘조선 판타지 액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넥슨게임즈에 따르면 우치는 언리얼엔진5를 사용해 한옥, 서원, 성곽, 자연 풍광 등을 재구성하고, 한국 문학·국악·건축 전문가들이 참여해 조선 고유의 공간과 풍습을 디테일하게 반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문화재를 직접 찾아가는 로케이션 헌팅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기생충’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합류해 국악기와 현대적 사운드를 결합한 OST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멋’과 ‘판타지’를 결합한 ‘가장 한국적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셈이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 오공의 영문명인 ‘wu-kong’ 때문에 우치가 오공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하긴 했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인지 이러한 해프닝은 곧 ‘한국의 위쳐(Korean Witcher)’에 대한 기대감으로 진화했다.

위쳐는 폴란드의 ‘더 위쳐’라는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폴란드 게임회사 CDPR이 제작한 싱글플레이 게임 시리즈다. 2015년 발매된 ‘위쳐 3’는 2023년 기준 글로벌 5천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순한 게임을 넘어 폴란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위쳐 3이 수상한 게임 어워드는 무려 8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넥슨의 빅게임 전략 속 우치의 위치

넥슨은 최근 “이제는 진짜 빅 게임으로 승부하겠다”는 기조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박용현 대표의 NDC 발언은 넥슨의 이런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넥슨게임즈가 넥슨 그룹의 개발 계열사로서 대규모 개발비가 투입되는 콘솔·PC 프로젝트를 이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우치가 ‘퍼스트버서커:카잔’(카잔), ‘던전앤파이터:아라드’(아라드), ‘듀랑고 월드’ 등 넥슨의 다른 빅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IP다. 

카잔과 아라드는 던전앤파이터 IP를, 듀랑고 월드는 ‘야생의 땅 듀랑고’의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반면 우치는 고전소설이라는 원전이 있지만 사실상 신규 IP에 가깝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우치를 “한국판 신화 IP가 현실화될 수 있는 첫 실질적 후보”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 리니지2부터 블루 아카이브까지, 박용현 커리어의 ‘결산전’

박용현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를, 블루홀에서 ‘테라’를 총괄했고, 이후 넷게임즈를 창업해 모바일 액션 RPG ‘히트’의 흥행을 이끌었던 베테랑 개발자다. 넥슨게임즈에 합류한 이후로도 V4, 블루아카이브 등 흥행작들을 연달아 내놨다. 이 가운데 히트와 V4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블루아카이브는 우수상, 기술창작상, 인기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박 대표의 커리어에 아직까지 싱글플레이 AAA급 게임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AA급 게임을 즐기는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들과는 사뭇 다른 만큼, 박 대표와 넥슨게임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법을 통해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싱글플레이 AAA급 게임은 아니지만, 넥슨게임즈는 ‘퍼스트 디센던트’를 통해 한 차례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의 ‘높은 벽’을 경험한 적이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2024년 7월2일 글로벌 출시 직후 스팀 매출 1위,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 5위, 출시 첫 주 최고 동시접속자 수 26만4860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스팀 동시접속사 수는 출시 1개월 이후 10만 명, 출시 50일 후에는 5만 명 아래로 하락하며 가파르게 추락했다. 25일 스팀DB 기준 퍼스트디센던트의 동시접속자 수는 5539명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한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AAA급 게임의 개발비를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잡는다. 박 대표 역시 올해 6월 NDC에서 “늘어난 개발비에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도 1, 2개의 게임 흥행에 실패하면 휘청거릴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치가 박 대표 개인과 넥슨게임즈, 더 나아가 넥슨 전체에 커다란 도전인 이유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공 이후 국내 게임업계에는 ‘공중증’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중국 게임의 약진을 두려워하는 경향성이 퍼지고 있다”라며 “우치가 콘솔·PC 패키지 시장에서 ‘한국판 신화 IP’를 통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넥슨게임즈 뿐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 전체에 큰 자신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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