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걸 깨고 스스로 도마에 오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페이스북 반박’에 나섰다가 ‘배제 엔딩’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뉴스1
2025년 7월 9일 새벽, 이진숙 위원장의 페이스북에는 글이 하나 게재됐다. “자기 정치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글에서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며, 비공개 회의에서 오간 발언은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운을 뗀 이진숙 위원장은 “나 역시 스스로 국무회의 때 있었던 일을 대외적으로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기사가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을 때 정정해 준 적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진숙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방통위 안을 만들어보라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라고 밝혀 진실 공방을 야기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가 스스로 방송 3법 논의를 중단시켰다”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연히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그 지시에 따라 안을 만들라고 사무처에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저는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업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국무회의를 주재 중인 이재명 대통령. ⓒ뉴스1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기에 비공개 회의 내용을 개인 정치에 왜곡해 활용하면 안 된다”라고 강한 어조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방송3법 관련하여 ‘나는 방송장악·언론장악 했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언론사 사장단을 만난 이후 보도가 나왔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방통위 차원에서 방송 3법 개선안을 만들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해당 법안과 관련된 의견을 민주당 의원이 물어왔기 때문에 ‘방송3법과 관련해 방통위의 안을 만들어보라’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진숙 위원장은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아니며 방송3법과 관련한 방통위의 ‘의견’을 물었다고 설명했는데, 지시한 것과 의견을 물은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방통위 차원의 의견을 물어오면 성실하고 충실하게 준비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도 덧붙였다.
목을 축이는 이진숙. ⓒ뉴스1
이진숙 위원장은 그동안 국무회의에 ‘배석자’로 참석해 왔다. 이에 대해 “배석자로서 회의 안건에 대해 발언할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라고 언급한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자로서 발언할 권리, 즉 발언권은 가진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진숙 위원장의 경우 의결권이 없고 발언권만 있다.
발언권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부여할 때에만 발생한다.
실제로 이진숙 위원장은 국무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도중 여러 차례 자신의 의견을 펼치려다 “그만하세요”라는 강력한 질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질책에도 “내 권리”라고 응수하던 이진숙 위원장은 결국 자신의 페이스북을 활용해 스스로 발언권을 얻었다.
한편 이번 이진숙 위원장의 글에 대한 대통령실 측 입장은 “국무회의에서 배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다음주 국무회의부터 이진숙 위원장을 배석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