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신한은행 공채로 입사한 직원은 남성 187명에 여성 133명으로 총 320명이다. 입사 동기였던 이들의 현재 직급은 어떨까.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2000년 이후 입사자 재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2007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320명 가운데 현재 간부인 직원은 남성 20명에 달했으나 여성은 단 한명도 없었다. 책임자 직급은 남성 121명에 여성 27명. 같은 동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원급에 머물러 있는 남성은 단 1명인데 반해, 여성은 41명이나 되었다. 퇴사 인원도 남성 45명에 여성 65명으로, 여성이 훨씬 많이 은행을 떠나갔다.
이는 신한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5대 시중 은행의 2000년 이후 입사 당시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14명이었으나 책임자에서는 337명, 간부는 1182명으로 올라갈수록 차이가 커졌다. 본부 부서장과 지점장에서의 남성 비율도 평균 각각 89.5%, 80.1%로 남성이 절대 다수다.
은행 자료사진,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2018년 4월 하나은행 본사에서 채용 성차별을 규탄하는 모습.ⓒ뉴스1,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제공
이는 취업전선에서 여전히 뿌리 깊은 남녀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8년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채용 적정성 현장 검사를 진행해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은행들은 채용 시 남성을 더 뽑기 위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보다 서류 점수에 더 큰 점수를 부여하거나 미리 남성을 더 뽑겠다는 성비를 설정했다.
이러한 성차별 사실에도 법원의 처벌은 비교적 약했다. 2018년 11월 1심 재판부는 KB국민은행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고작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고, 2022년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남녀 비율 조절 조정' 문제는 은행의 필요에 의해 인적 구성에 맞게 채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부정 채용과는 조금 사안이 다르다고 본다"는 안일한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윤한홍 의원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연봉, 좋은 일자리로 대표되는 금융권부터 변해야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이러한 취업 성차별은 은행 외의 기업에서도 여전히 만연했다. 조선일보와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2년 4월 12~15일 721개 기업 인사·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5.1%)이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73.6%는 ‘남성을 선호한다’고 했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점수는 낮았지만 성별 때문에 최종 합격을 시켰다는 담당자도 12.7%나 됐다.
당시 여성 응답자의 28.7%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 응답자(14.5%)보다 두 배 높은 수치로, ‘출산 및 자녀 계획’(63.1%)과 ‘향후 결혼 계획’(62.6%) 질문이 가장 많았다.
‘사람인’ 조사에서 채용 시 남성을 선호한다는 기업 중 70.2%(복수 응답)는 “남성에게 적합한 직무가 더 많다”라는 걸 이유로 꼽았다. 또 “야근·출장 등을 시키기가 더 수월하다”(25.7%),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 단절이 없다”(18.2%)도 선호 이유로 꼽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이 남성 선호 이유로 꼽은 것들은 대부분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매체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