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와 16일 오후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 '2024 크루즈 패션쇼' 현장. ⓒ사진공동취재단
요란한 패션쇼 뒤풀이 행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을 과도한 ‘빛과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만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논란이 커지자 공식 사과문을 배포했는데, 놀랍게도 달랑 한 줄이었다. 그것도 발신인은 ‘구찌 코리아’가 아닌, 홍보를 대행하는 홍보대행사였다.
구찌는 1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경복궁 근정전(국보 223호)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했다. 패션쇼에는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가수 아이유, 뉴진스 하니, 배우 김희애, 이정재, 고소영, 신민아, 영화감독 박찬욱, 할리우드 배우 다코타 존슨 등 연예·패션계 관계자 등 약 570명이 참석했다.
논란이 불거진 건 패션쇼가 끝난 뒤 열린 뒤풀이 행사였다. 패션쇼 참석자들은 경복궁 근처 한 건물로 자리를 옮겨 밤늦도록 뒤풀이를 즐겼는데, 자정이 넘어서까지 음악을 크게 틀고 레이져 쇼를 펼치면서 인근 주민들을 ‘빛과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인근 지역에 사는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해를 일으킨 구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원도 빗발쳤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9시30분경부터 소음과 빛 공해를 호소하는 112신고가 총 52건이나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소음을 줄이도록 계도하고,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 규정을 적용해 관계자에게 두 차례 범칙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오후 9시29분 최초 출동했으나, 소음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11시쯤 기동대와 순찰차 9대가 출동했다”며 “결국 통고처분서를 발부했고, 상황 정리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려 자정이 넘어 종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 '2024 크루즈 패션쇼' 현장. ⓒ사진공동취재단
논란이 거세지자 행사 다음날인 17일 구찌 측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배포했다. 사과문이었다. 해당 글에는 “구찌는 지난 16일 패션쇼 종료 후 진행된 애프터파티로 인해 발생한 소음 등 주민들이 느끼셨던 불편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짤막한 한 문장이, 사과문의 전부였다. 구찌 코리아 홈페이지나 공식 SNS에서도 사과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식 SNS에 올라온 가장 최근 게시글은 행사에 참석한 이정재의 영상이었다.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사과의 주체는 구찌가 맞다. 메일 발신을 홍보대행사가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무성의한 사과문은 많은 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에 비해 ‘구찌 측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