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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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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형현(29)씨는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한 뒤 31일 아침 출근길이 유독 버거웠다. 평일 출퇴근 때마다 타던 만원 버스와 지하철이지만 인파가 안으로 밀려 들어올 때마다 ‘압사’라는 단어가 자꾸 떠올랐다. 김씨는 “사람이 빽빽한데도 밀고 들어오는 지옥철을 경험하니 이태원 참사 같은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지 내가 운이 좋아서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후 첫 평일 출근을 맞이한 직장인들이 ‘지옥철’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평소 사람들로 가득 찬 대중교통이 익숙해 압사 사고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참사 이후 민감도가 커진 것이다.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서혜진(30)씨는 “주말에 참사 관련 기사들로 인구 밀집도가 높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 오늘 지하철을 타기 무서웠다”며 “회사 동료들과도 앞으로 만원 지하철을 타기 두렵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만원 지하철로 몰려드는 승객들. ⓒ뉴스1
[자료사진] 만원 지하철로 몰려드는 승객들. ⓒ뉴스1

출근 시간 지하철 내에서 사고를 의식한 듯한 방송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날 서울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로 출근했다는 심아무개(32)씨는 “동작역이나 고속터미널역 같은 혼잡도가 높은 환승역에서 기관사가 ‘앞사람 밀지 말고 천천히 타길 바란다는 방송을 반복하더라”며 “그래도 여전히 급행열차 안은 빼곡했고 누구 하나 삐끗하거나 급정차하면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온라인에는 압사 사고를 막기 위해 팔짱을 끼거나 가방을 앞으로 메라는 식의 조언이 공유되고 있다.

30일 미국 <시엔엔>(CNN)은 재난관리 전문가 줄리엣 카이엠의 말을 인용하며 “서울 시민들은 붐비는 공간에 있는 것에 익숙해서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찬 것에 크게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 ⓒ뉴스1
[자료사진]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들. ⓒ뉴스1

대중교통 내 높은 밀집도로 인해 인파에 눌리는 현상은 서울 시민이라면 오래전부터 겪어온 일이다. 1990년 <한겨레> 기사에서도 지옥과 같은 지하철이라는 뜻의 ‘지옥철’을 찾아볼 수 있다.

대중교통 밀집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에스엔에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열차가 연착해도 지각을 인정해주지 않는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직장 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 등 한국의 경직된 근태 문화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겨레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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