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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영웅본색>이 고화질 리마스터 버전으로 재개봉한다기에 개봉 일정을 찾아보다 샤우트 창법으로 욕설을 뱉었다. 포스터 때문이다. 주윤발이 위조지폐에 불을 붙여 담뱃불을 붙이는 그 유명한 사진에서 포토샵으로 담배를 삭제한 것이다. 덕분에 주윤발은 돈에 붙은 불을 입김으로 끄려고 시도하는 사람 내지는 거기에 뽀뽀를 시도하는 미친 남자처럼 보이게 됐다. 이건 반달리즘이다. 영화 속에서 주윤발이 맡은 캐릭터 '소마'가 지닌 호방함을 명백히 파괴했다. 영화 홍보사가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검열 때문이다.

사라진 주윤발의 담배와 '검열사회'

사라진 주윤발의 담배와 '검열사회'

언제부터인가 티브이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올 때면 담배를 희미하게 처리하고 있다. 흡연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검열인데, 중요한 건 담배를 가린다고 해서 흡연한다는 행위 자체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불필요하게 담배를 가림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흡연 장면임을 각성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관객들이 극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을 굳이 흐릿하게 만듦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저거 담배구나' 하는 되새김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것인 동시에 영화 속에 담배가 등장한다는 것을 도리어 강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짓이라는 이야기다.

살인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살인자가 되고 동성애자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동성애자가 되며 결국 물고기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수영을 잘 하게 된다는 멍청한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당연히 벌어질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담배보다 훨씬 '해로운 것'들은 그냥 여과 없이 보여진다. 케이블 채널에서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을 방영할 때 우마 서먼이 피우던 담배는 빈틈없이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마약하는 장면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담배는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마약은 좀처럼 따라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 담배가 더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영화 속에서 금지해야 할 것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술과 온갖 약물은 물론 모든 모방 위험이 있는 폭력이나 범죄를 다 금지해야 할 판이다.

더 근본적인 이야기는 '모방'에 대한 생각이다. '살인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살인 충동이 들었다'는 진술은 대부분의 살인자들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범행 동기가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산되고 말초적 보도를 일삼는 언론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쓴다. 아이언맨을 따라 하다가 아이가 다쳤다면, 그것이 아이언맨의 잘못인가. 아이에게 안전규범을 가르치지 않았던 보호자의 문제였거나 아이가 현실감각이 자랄 때까지 보호자가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였거나 하지 않을까. 모방의 위험 때문에 영화 속 뭔가를 금지하는 원시인적 사고방식으로부터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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