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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인천의료원 소속 장례지도사가 코로나19로 숨진 환자 유족에게 장례 상담을 하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인천의료원 소속 장례지도사가 코로나19로 숨진 환자 유족에게 장례 상담을 하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코로나19 시대의 장례 : CCTV 임종, 애도를 허락하지 않는 속수무책의 죽음들

“죽어서도 떨어져 있는 고인과 유족을 생각하면, 더더욱 끝까지 존엄을 지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두려운 마음(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을 이기는 거지요. 저희가 마지막으로 만져드리는 사람이잖아요.”

코로나19 사망자의 입관을 담당했던 인천의료원 소속 장례지도사 ㄷ씨는 이렇게 말했다. 입관은 하지만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식을 하지 못하는 코로나19 사망자. 그들에게 장례지도사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사실상 유일한 사람인 셈이다.

“보통의 고인이라면 몸 깨끗이 닦아드리고, 수의 편안하게 입으시라고 피부에 염지(겉이 매끈한 종이) 먼저 대어드리고, 수의 입혀드리고, 얼굴 세면해드리고, 머리카락도 정돈해드리는데요. 코로나19로 돌아가신 고인은 그런 과정을 아무것도 거치지 못하세요. 평소처럼 1부터 10까지 해드릴 순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1부터 10까지 해드린다는 마음을 새기면서 고인을 기다렸어요.”

 

N95마스크에 전신보호복 입은 장례지도사

장례지도사는 의료용 팩에 밀봉된 채 병실 밖으로 나온 코로나19 사망자를 안치실까지 모셔간다. 의료기관에서 개인보호구를 하고 일하는 사람은 의료진뿐만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도 사망자가 생기면 의사,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N95 마스크, 전신보호복, 보안경, 장갑, 덧신, 얼굴가림막 등 보호구를 하고 움직인다.

인천의료원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지난 9월13일 새벽, ㄷ씨는 대응 매뉴얼에 따라 침착하게 보호구를 하고 고인을 모시러 갔다. 사망자가 생길 때를 대비해 보호구 착용 연습부터 자치단체와의 행정 처리까지, 의료원 차원에서 여러번 ‘시뮬레이션’을 거친 상태였다.

“의료진도 저희(장례지도사)도 환자를 잃지 않길 바라지만, 사망자가 생길 경우 시신 처리 과정에 실수가 없도록 직원들끼리 대응 매뉴얼을 충분히 연습해뒀어요. 그게 고인에 대한 예우니까요.”

장례지도사와 운송 인력 등이 다른 환자들의 동선과 분리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고인을 안치실까지 모셔오면, 장례지도사와 고인 간의 짧은 ‘마지막 시간’이 흐른다. 순서는 이렇다. 의료용 팩에 밀봉된 고인을 그대로 관에 모신 뒤, 곧바로 결관(끈으로 관을 동여맴)한다. 그다음, 고인을 기준으로 관의 머리 쪽에 이름을 쓰고 관보를 덮는다. 한번 덮인 관보는 이후에 딱 한 번 더 “살짝” 열린다. 고인이 맞는지 착오가 없도록 장례지도사들 사이에 교차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감염병 사망자 전용 안치고에 관을 모신 뒤 안치고 문을 닫는다. 안치고에서 나온 장례지도사는 보호구를 벗어 폐기하고 곧바로 샤워해야 한다.

ㄷ씨는 병원 내에서 영구차까지 관을 옮기는 운구도 직접 했다. “유족분끼리도 (거리두기로 인해) 고인이 운구되시는 모습을 멀리 떨어져서 보셨어요. 임종 이후의 모습을 보면, 임종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족은 거의 배제된 이별 같아요.”

사람이 모이는 장소인 장례식장은 위생, 방역 수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다. 방역당국이 업데이트하는 ‘장례식장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파악하고 유족, 조문객이 이를 준수하도록 안내하는 일도 장례식장 직원인 장례지도사의 몫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로 조문객이 확실히 많이 줄었죠. 빈소도 작고 실용적인 곳을 찾는 분이 늘고요. 조문을 받더라도 손잡고 상주를 위로하거나 밤늦게까지 빈소에 머무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어요.” 

조문객을 받지 않아 한산한 빈소 모습. 아버지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른 최은주씨 가족은 생전 아버지가 쓰시던 티브이를 빈소에 설치해 함께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사흘을 보냈다. 최은주씨 제공
조문객을 받지 않아 한산한 빈소 모습. 아버지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른 최은주씨 가족은 생전 아버지가 쓰시던 티브이를 빈소에 설치해 함께 찍었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사흘을 보냈다. 최은주씨 제공 ⓒ한겨레

 

아빠가 쓰던 TV를 봤어, 누구 눈치도 안 보고 울고 웃었어

코로나19는 임종과 장례뿐만 아니라 애도와 추모의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아니더라도, 거리두기가 강조됨에 따라 ‘작은 장례식’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은주(57)씨는 지난 3월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렀다. 직계가족 13명만 모였고, 조문객은 받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요양병원, 대학병원 오가며 어렵게 치료받으셨거든요. 가족들도 코로나가 무서운 걸 그때 알게 됐죠. 저희부터 조심해야겠다 싶어서, 처음으로 가족장을 치르게 됐어요. 엄청난 일회용품 쓰레기에 식 끝나면 버려지는 화환도 허례허식 같았고요. 막상 해봤더니, 가족장 너무 좋았어요. 이게 진짜 애도구나. 장례 본연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경험이었죠. 온화한 장례였어요. 차갑지 않고.”

유족들은 조문객 없이 텅 빈 빈소에 아버지가 쓰시던 티브이를 가져다가 설치했다. 그 티브이 화면에 생전 함께 찍은 사진이며 영상들을 띄웠다. 울고 웃었다. 가족 외에 아무도 없으니 눈치 볼 것도 없었다.

“손님들이 계시면 왠지 계속 울어야 할 것 같잖아요. 물론 슬프지만, 삶엔 눈물과 회한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버지와 즐거웠던 일도 많아요. 그 소중한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많이 웃고, 또 많이 울기도 했어요. 그렇게 장례식 내내 아버지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더라고요. 손님 대접 안 해도 되니까 몸도 안 피곤하고요.”(웃음)

직계가족 13명만 모여 치른 가족장. 최은주씨 제공
직계가족 13명만 모여 치른 가족장. 최은주씨 제공 ⓒ한겨레

 

텅 빈 빈소를 가득 채운 ‘애도의 본질’

‘작은 장례’를 지향하는 장례문화 스타트업 ‘꽃잠’엔 올해 상담 건수가 지난해보다 10배 늘었다. 유종희(37) 꽃잠 대표는 “큰 빈소에 조문객이 북적여야 마지막 효도라고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가족장, 무빈소 장례식, 3일장 대신 1일장·2일장 등 작은 장례식을 원하는 분들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 다만 코로나19로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영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겸임교수도 “충분한 애도를 경험하는 것이 죽음 의례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거품’을 뺀 가족장처럼 간소하되 의미가 살아 있는 장례 형태는 죽음 의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고인뿐만 아니라 상주·조문객 세대가 모두 고령화하는 시대에 작은 장례는 ‘장례의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랜선 추모’도 등장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지난 9월21일 서비스를 시작한 ‘e하늘 온라인 추모·성묘’는 공개된 지 14일 만에 이용자 수 23만명을 기록했다. 이 서비스는 유족이 고인의 영정사진을 등록하고 상차림, 헌화, 분향 등 이미지를 선택해 온라인 추모관을 꾸민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족, 친지와 공유하며 고인을 추억하는 방식이다. 장례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추석 특별방역 기간을 앞두고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처음 개발했는데, 예상보다 이용자 수가 많았다. 계속 서비스를 유지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현재도 서비스를 열어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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