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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종이라도 차박(여행 중 차에서 자고 머무르는 일) 방법은 제각각이다. 평탄화 작업(차 안을 침대처럼 평평하게 만드는 일)만 해도 그렇다. 각자 고민과 실험 끝에 자기만의 방법을 선택한다. 핵심은 ‘바닥은 더 평평하게, 실내 높이는 더 높게’다. 초보를 위한 ‘경차 차박 가이드’를 정리했다.

차박용으로 세팅한 모닝 실내.
차박용으로 세팅한 모닝 실내. ⓒ한겨레/김선식 기자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 네이버 카페 ‘캠프킹’ 운영자 이만희(65)씨, ‘스파크’로 차박하는 전하나(30)씨, ‘레이’로 차박하는 이혜연(33)씨, ‘모닝’으로 차박하는 김주현(19)씨, 석영준 백석예술대 관광학부 교수 등에게 조언을 구했다.

차박이라고 하면 ‘모터홈’(차와 캠핑 공간이 일체형인 캠핑카)이나 ‘카라반’(차로 끄는 캠핑 트레일러)과 같은 캠핑카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2월28일 시행되면서 승합차 외에 승용차, 화물차, 특수차도 캠핑카로 튜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달 캠핑카·수입 카라반 판매 업체 ‘코리아센터 카라반테일’은 경차 ‘레이’로 만든 캠핑카 ‘로디’를 출시하기도 했다.

캠핑카가 아니라도 차박은 가능하다

먼저 텐트를 보조 수단 삼는 차박이 있다. 루프톱 텐트(차 지붕에 올리는 텐트)나 도킹텐트(차 트렁크나 문 쪽에 연결하는 텐트)를 활용하는 경우다.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는 “루프톱 텐트는 4인이 차 안과 텐트에 두명씩 자고, 도킹텐트는 3인이 차 안에 두명, 텐트 속 야전침대에 한명이 자는 방법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햇빛 가림막 역할을 하는 ‘어닝’을 차와 폴대(또는 나무, 땅)에 이어 쓰기도 한다. 오직 차만 활용해 밖에서 보면 차박인지 주차인지 알아볼 수 없는 ‘스텔스 차박’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캠핑장 화롯불에 라면을 끓여 먹는 김주현씨.
캠핑장 화롯불에 라면을 끓여 먹는 김주현씨. ⓒ한겨레/김선식 기자
모닝 ‘평탄화’를 위해 깐 차량용 놀이방 매트.
모닝 ‘평탄화’를 위해 깐 차량용 놀이방 매트. ⓒ한겨레/김선식 기자

레이, 모닝, 스파크 평탄화하기

‘차박은 평탄화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량 실내 바닥을 평평하게 하면서도 앉기 편하도록 실내 높이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경차 ‘스파크’로 차박을 하는 전하나씨는 “에어 매트 하나로 해결했다”고 했다. 먼저 뒷좌석 등받이와 시트를 모두 떼어내고 운전석과 조수석은 뒤로 젖힌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 머리 받침대를 하나씩 올린다. 트렁크 쪽에 여분의 짐으로 높이를 맞춘다. 그 위에 에어 매트를 올린다. 전씨는 “이렇게만 해도 누웠을 때 특별히 불편함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경차 ‘모닝’으로 차박을 하는 김주현(19)씨는 “차량용 놀이방 매트만 한 장 샀다”고 한다. 우선 앞·뒷좌석 모두 앞으로 접는다. 운전석·조수석 머리 받침대에 놀이방 매트를 건다. 매트를 트렁크 쪽으로 펼친다. 차량용 매트는 일반 매트와 구조가 다르다. 매트 안에 단단한 합판에 설치되어 있다. 그 단단한 합판 부분이 앞·뒤 좌석 사이 빈 공간에 놓여진다.(앞으로 접은 뒷좌석의 머리 받침대가 아래에서 합판을 받쳐준다) 매트 합판 부분에 머리를 대고 누울 수 있다.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이혜연·김경남 부부가 경차 ‘레이’ 차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이혜연·김경남 부부가 경차 ‘레이’ 차박을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경차 ‘레이’ 차박을 온 이혜연씨의 딸 주은이가 차안에서 5000원짜리 무드등을 켰다.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경차 ‘레이’ 차박을 온 이혜연씨의 딸 주은이가 차안에서 5000원짜리 무드등을 켰다. ⓒ한겨레

경차 ‘레이’로 차박을 하는 이혜연(33)씨는 전문가 도움을 받았다. 먼저 자동차 정비소에서 뒷좌석을 5㎝ 뒤로 더 밀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래야 뒤로 눕힌 운전석 등받이와 앞으로 접은 뒷좌석이 맞물린다. ‘레이’ 차박용 합판 등을 개발한 네이버 카페 ‘캠프킹’ 운영자 이만희씨에게 합판 제작 등을 의뢰했다. 코팅한 자작나무 접이식 합판 2장(각 101×59㎝), 머리 받침대 고정 합판 1장(30×18㎝), 수납함 겸 받침대 1개(50×30×40㎝), 접이식 의자 2개(각 30×30×30㎝)를 받았다.(총 33만원)

먼저 운전석은 뒤로, 조수석과 뒷좌석은 앞으로 접는다. 머리 받침대 3개를 고정한 합판을 운전석 시트에 올린다. 조수석과 뒷좌석 사이 빈 공간을 수납함 겸 받침대로 메꾼다. 트렁크 쪽에 접이식 의자 2개를 놓는다. 그 위에 합판 2장을 깔고 발포 매트를 올리면 실내 높이가 약 87㎝ 정도 된다.

평탄화 작업에 정답은 없다. 같은 차종이라도 각자 취향과 사정에 따라 좌석 제거 여부, 이용 도구 등이 다르다.

김주현·윤지혜씨가 차박용으로 세팅한 모닝 내부.
김주현·윤지혜씨가 차박용으로 세팅한 모닝 내부. ⓒ한겨레/김선식 기자

안전이 신경쓰인다면 ‘무시동 히터’

겨울철이나 한밤중 추위에 대비하려고 ‘무시동 히터’(차 시동을 켜지 않고 구동하는 히터)와 ‘파워뱅크’(고용량 배터리)를 따로 사서 설치하는 이들도 있다. 무시동 히터는 석유난로와 달리 난방용과 연소용 배관이 분리돼 있어 가스 중독 위험이 덜하다.

무시동 히터와 파워뱅크 설치는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여름철 냉방용으로 무시동 에어컨을 사서 이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모기나 벌레가 차 안에 들어오는 걸 막는 데는 차량용 창문 모기장이나 유모차용 모기장(트렁크 쪽에 씌움) 등을 활용한다. 그 밖에 사생활 보호를 위해 돗자리 등을 잘라 창문 가림막으로 활용한다. 

차량 실내조명에는 ‘캠핑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알전구를 쓴다. 에스(S) 자 고리나 집게 등으로 랜턴을 걸어 이용하기도 한다. 차박용 테이블이나 싱크대를 개발한 이도 있다. ‘캠프킹’ 운영자 이만희씨는 “출장 가서 본 일본 차박 문화 중 가장 인상적인 건 경차 트렁크 끝에 연결해 쓰는 외다리 테이블이었다”며 “그 모습이 멋져서 탁자를 활용해 직접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년에 걸쳐 차박용 싱크대를 만들기도 했다. “충전식 전동펌프, 청수통(10ℓ), 싱크볼, 오수통(15ℓ)을 구해 절단 작업 등으로 크기를 맞춰 연결했다.”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김주현(오른쪽)·윤지혜씨가 경차 ‘모닝’ 차박에 앞서 화롯불에 마시멜로를 굽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가평군 설악면 ‘새와참새 캠핑장’. 김주현(오른쪽)·윤지혜씨가 경차 ‘모닝’ 차박에 앞서 화롯불에 마시멜로를 굽고 있다. ⓒ한겨레/김선식 기자

차박 정보 찾아볼 수 있는 곳

차박 정보 공유 사이트는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 (cafe.naver.com/chcamping), 네이버 카페 ‘캠프킹’ (cafe.naver.com/campkingcar) 등이 있다. 차박 평탄화 작업 등 차박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들을 해결한 후기 등이 올라와 있다. ‘차박캠핑클럽’은 다양한 차종의 차박 정보를, ‘캠프킹’은 대부분 ‘레이’ 차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한국관광공사 ‘고캠핑’ (gocamping.or.kr)은 지역별 등록 야영장 2405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앱 ‘캠핑지도’는 전국 캠핑장 정보를 제공한다.

‘차박캠핑클럽’ 운영자 ‘둥이아빠’는 “유명한 차박 캠핑장이나 카페에 공유된 장소는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라서 “지인 추천을 받거나 위성사진으로 캠핑 장소를 찾아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캠프킹’ 운영자 이만희씨는 “차박 문화는 여러 명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조용히 기분 전환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처음 차박하는 장소로는 에버랜드 주차장,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주차장, 덕평 휴게소 같은 곳들도 한적하고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Jairo Díaz / EyeEm via Getty Images

취사 가능한 곳인지 꼭 확인하자

차에서 잘 때 공기 순환을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자는 걸 권한다. 차 안이나 밀폐된 공간에서 석유난로, 버너를 쓰는 건 가스 중독·폭발 위험이 있다. 더 나은 전망을 보려고 바다나 강에 가까이 가려다가 종종 바퀴가 모래에 빠져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 등록 야영장이나 잘 알려진 차박지가 아닌 산이나 바다에서의 야영·취사 행위는 범법 행위가 될 소지가 있다. 석영준 백석예술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자체마다 조례에 따라 임야에서의 야영·취사는 대체로 금지하고 해수욕장도 지정 기간 외에는 야영·취사가 불법”이라며 “등록 야영장을 이용하거나, 차박을 하더라도 취사행위를 하지 않아야 불법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차박하면서 생긴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오는 건 기본이다. 불은 화로에서만 피우길 권한다. 맨땅에 불을 피우면 재 이외에 찌꺼기가 남기 쉽고, 땅속 생명체가 죽는다. 공회전과 고성방가는 민폐다. 현지 음식을 먹는 걸 에티켓으로 꼽는 이도 있다. ‘캠프킹’ 이만희 회장은 “현지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도 권한다”며 “지역민들에게도 혜택을 돌려줘야 차박지를 포함한 차박 문화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차박을 선택한 이유

‘스파크’로 차박을 하는 전하나씨는 말했다. “일반 캠핑 장비를 싣기엔 차가 작아서 차박을 시작했다.” 그는 “음식은 포장해 가서 간단히 먹고 차 안에 누워 산과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이나 낮잠을 취하는 게 차박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차박캠핑클럽’ ‘둥이아빠’는 “차박으론 휴가철에 숙소를 따로 예약하지 않고도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볍게 갈 수 있다”며 “차 천장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우중 차박’은 특히 운치 있다”고 했다. ‘캠프킹’ 이만희씨는 “일반 캠핑이 비바람 불 때 우산 하나 쓰고 서 있는 거라면 차박은 차 안에서 빗소리를 감상하는 일”이라며 “특히 경차 차박은 자연을 즐기고 싶을 때 바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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