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주 안에 이란에서 철수하겠다고 새롭게 공언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통행국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외신보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쟁 종전선언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눈감고 철수할 준비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은 3월3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뒤 기자들을 만나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했으므로 2주 안팎의 기간에 이란을 곧 떠날 것이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는 미국이 해야 할 일이 아니고,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백악관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미국 동부시각으로 1일 오후 9시(한국시각 2일 오전 10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과 관련된 중요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쟁의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도 3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유지되더라도 이란전쟁을 종료하면서 종전 선언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봉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란 전쟁에서 손을 뗀다면 사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국과 일본, 인도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이란과 통행료를 두고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앞서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는 3월30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관리 계획안'을 공식 승인했다.
아직 이란 의회 본회의 표결과 헌법수호위원회의 검토, 대통령의 서명이라는 3단계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란으로서는 통행료 징수 카드를 버릴 이유가 없다.
물론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국제법에 저촉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와 달리 인공 구조물이 아닌 자연 지형이기 때문에 유엔해양법협약상 원칙적으로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대로 종전을 선언하고 떠나버리면 이란의 통제권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란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제재할 주체도 마땅이 없다.
이란 전쟁 개시 전 하루 평균 14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박당 200만 달러의 통행료는 연간 최대 1천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농축 물질 제거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란은 큰 돈벌이 기회를 새로 찾은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란의 전략적 승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무기화를 공언해왔지만, 실제 통행료 징수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처음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꿎은 벌집을 들쑤셔 놓고 달아난 격이다.
물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담을 지지 않는다. 셰일가스 혁명 이후 미국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에서 이미 벗어났다. 하지만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한국은 호르무즈 통행료라는 새로운 교역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일본과 인도, 유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전 세계 주식시장은 환영할 것이고 국제유가는 안정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 비용은 엉뚱하게 한국 등이 호르무즈 통행료로 지불하게 생겼다. 한국 시민들은 이란을 원망할까, 미국을 원망할까. 분명한 건 이번 전쟁이 없었다면 통행료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