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신앙실' 선임 고문 폴라 화이트케인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신앙실' 선임 고문 폴라 화이트케인이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는 기도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화이트케인은 1일 밤 부활절 기도를 나누는 기독교 지도자 모임에서 "예수님은 죽음과 장례, 부활을 통해 수많은 교훈을 가르치셨다"며 "위대한 리더십과 변혁에는 엄청난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님, 어느 누구도 당신만큼 그 대가를 치른 사람은 없다"며 "당신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화이트케인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비유했다.
화이트케인은 "당신은 배신당했고, 체포됐고, 억울하게 고발당했다"며 "이것은 우리 구세주가 보여준 익숙한 패턴으로 그 분의 부활 덕분에 당신도 다시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 비유는 많은 기독교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특히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인 부활절을 앞둔 '고난 주간'에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을 두고 강한 반발과 불쾌감이 이어졌다.
성소수자 카톨릭 사역 단체인 '아웃리치' 설립자인 예수회 소속 제임스 마틴 신부는 "고난주간 공개 기도에서 정치 지도자를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예수)에 비유하는 것은 절대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벤저민 크레머 목사는 1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이것은 신성모독이다"며 "(성경이 금지하는)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다"고 적었다.
성서학자들 역시 화이트케인의 해석에서 몇 가지의 사실관계 오류를 짚어냈다.
성서학자 애런 히가시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서학자로서 화이트케인의 발언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관계부터 틀렸다고 생각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체포와 예수의 체포는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히가시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체포됐으나 항상 사전에 조율된 기간에 자진 출석해 편의를 보장받고 신속하게 석방됐다"며 "반면 예수는 무장한 무리에게 기습을 당해 폭력적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히가시는 계속해서 화이트케인의 잘못된 언사를 강조했다.
그는 "복음서를 보면 빌라도(예수 체포 당시 이스라엘 총독)가 예수를 사형시킬 이유를 찾지 못해 예수가 억울하게 고발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으로든 신학적으로든 그에 견줄 만한 정당성을 전혀 입증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성서학자인 제니퍼 버드 박사도 화이트케인의 논리적 모순, 특히 예수가 어떤 범죄 혐의를 받았고 왜 처형당했는지 맥락이 빠져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버드 박사는 "인간 예수는 로마 제국과 결탁해 백성들을 착취하던 기득권과 종교 지도자들의 방식을 거부하며 당대 권력에 저항했던 인물이다"며 "실제 예수가 환생했다면 가장 먼저 비판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수의 처형을 갖다 붙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맥락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라는 인물에 비유하는 것은 전혀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버드 박사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자 세계적 지도자인 반면, 예수는 철저히 민중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애초에 살아온 삶의 지위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인물들이며 삶의 경험 자체도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버드 박사는 그러면서 "예수는 불의와 억압, 경제적 착취에 맞서 목소리를 내다 체포됐지만 트럼프는 정확히 예수가 그토록 비판했던 짓들을 저질렀기 때문에 체포됐다"며 "그 관점에서 보면 이보다 기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예수에 비유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몹시 불편한 일로 다가온다.
과거 복음주의 기독교인이었던 버드 박사는 지금과 같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기독교' 시대 이전만 해도 정치인을 예수와 직접 비교하는 일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버드 박사는 "30년 전만 해도 그런 비유는 신성모독으로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며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을 예수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부적절하고 불경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히가시는 이런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 게 미국 정치판 내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의 부상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그는 "2023년에는 찰리 커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인과 예수를 1대1로 비교하는 경우는 신성모독처럼 들리기 때문에 흔치 않다"며 "하지만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가 득세하고 정부 권력을 자신들의 종교적 야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여기는 복음주의자들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런 비유가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하게도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광경은 그저 창피하고 모욕적일 뿐이다.
'새로운 복음주의자들'의 전무이사인 멀린다 헤일처럼 MAGA 노선을 따르지 않는 기독교인들에게 이번 발언은 신성모독이긴 해도 놀랍지는 않은 일이다. 아울러 이는 다른 기독교인들이 날로 세력을 키우는 MAGA 기독교에 맞서 매일같이 치르고 있는 영적 전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헤일은 "참담하고 신앙의 근간을 모독하는 일이다"며 "사람들이 기독교 민족주의를 강하게 규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런 사람들이 내 신앙을 예수가 아닌 트럼프 중심으로 변질시키도록 결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은 이런 발언이야말로 성경이 금지하는 '주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짓'이라고 규정했다.
헤일은 "이들은 권력을 갖는 것을 숭배한 나머지 권력에 눈이 뒤집혀 있는데 감히 그걸 신앙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하필 고난주간에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제를 위해 예수의 메시지를 어디까지 훼손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수의 말대로 사는 것은 진실성과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며 "예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미국 허프포스트와 제휴를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번역·정리 전주원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