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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브라로 별일 없이 산다
ⓒaimy27feb via Getty Images

나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놀라고 만다는 그 단어, ‘노브라’. 그래, 나는 노브라로 산다.

왜 하지 않느냐고? 편하니까. 다른 이유는 없다. 내 인생에서 ‘나의 편안함’을 넘어설 정도로 중요한 건 거의 없기 때문에, 이건 아주 중요하고 절대적인 이유다.

언제부터였을까,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던 것이. 그냥 대학교 때부터 서서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교 시절, 거리에서 웬 할아버지로부터 ‘젖X이 크다’는 성희롱을 듣고 충격으로 그 자리에 몸이 굳어져 버렸던 그때부터였을까? 당시 사랑했던 밴드 넬의 티셔츠를 입고, 브래지어는 하지 않은 채 길거리를 한정 없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사회에서 강요되는 모든 것들을 하고 싶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내 주변 여성 중 성추행·성희롱 안당해본 사람은 한명도 없었고, 나는 그 현상이 몹시도 분노스러웠다.

나는 노브라로 별일 없이 산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면 어떤 기분인지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시 신체 단련을 위해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달고 다닌 적이 있는지?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다리에서 떼낼 때, 얼마나 홀가분할지 상상 가능하지 않은가? 그거랑 비슷하다.

몇년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압박을 내 몸에서 덜어냈을 때, 큰 해방감과 무한한 자유로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편안함이지만, 당시는 인생의 충격적 순간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십몇년에 걸친 나의 노브라 역사를 거칠게 간단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와이어 브라 → 와이어리스 브라 → 젖꼭지 패치 → 겨울에 브래지어를 아예 하지 않고 다니기 시작함 → 봄 가을에도 하지 않기 시작함 → 그냥 사계절 내내 아예 안 하기 시작함

굳이 미주알고주알 내 노브라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아직도 노브라라는 것에 대해 생경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노브라가 뭐 별건가. 설리 말마따나 별거 아니다. 여성이 젖꼭지를 가리지 않으면 그 젖꼭지가 튕겨 나와서 누구를 공격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누군가는 물어볼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바지 내리고 공연음란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타인의 무례한 시선 때문에 나의 편안함을 희생해야 하는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 내 젖꼭지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단 말인가.

작년엔가, 어느 여름날이었다. 에어컨을 몹시도 세게 틀던 마트에서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장을 보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아주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 보았다. 아마도 추위에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 내 젖꼭지를 보고 많이 놀라셨던 듯하다. ‘뭐 어쩌라고?’ 나는 가던 길을 갔다.

결국 브래지어는 선택이다. 여성이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다. 굳이 이 글을 쓰는 것은 노브라로 살아도 별일이 생기지 않으며, 오히려 아주아주 편안하다는 것을 다른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다.

브래지어를 하는 게 편하다면 브래지어를 하면 되고, 브래지어가 불편함에도 계속 그 압박감을 감내하고 있다면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와이어리스 브라가 있고, 브라렛이 있고, 젖꼭지 패치가 있고 등등. 우리에겐 (당연하게도) 선택권이 있으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편안함과 행복을 언제나 바란다. 우리의 젖꼭지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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