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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백’으로 불리는 ‘샤넬25’ 가격이 1천만 원을 넘어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900만 원대였던 가방이다. 샤넬이 최근 국내 판매 가격을 평균 3%가량 인상된 영향이다.

경매시장도 아닌데 가격표가 수시로 바뀐다. 샤넬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지난해에도 다섯 차례 가격이 올랐다.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샤넬이 지난 2일에도 국내 판매 가격을 평균 3%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3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한국 가격 인상 흐름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사넬에 이어 반클리프 아펠, 티파니앤코, 롤렉스, 에르메스 등이 이미 올해 가격을 올렸고, 이달에는 불가리, 쇼메, 까르띠에까지 인상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격 상승 폭은 더욱 가파르다. 럭셔리 최고봉 에르메스의 ‘버킨백(30㎝)’은 2015년 1397만 원에서 지난해 2011만 원으로 가격이 올랐고, ‘켈리백’ 역시 같은 기간 가격이 20% 이상 상승했다. 샤넬 클래식 라인은 지난해까지 10년 새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으며, 루이비통, 디올 등 주요 브랜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명품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주얼리’ 부문 역시 올해 들어 전반적 가격 인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달 5일, 불과 2개월 만에 일부 제품 가격을 2~5%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빈티지 알함브라 펜던트(18K 화이트골드·마더오브펄)’는 535만 원으로 2% 올랐다. 티파니앤코 역시 지난 2월 제품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다. ‘티파니 노트 링(로즈 골드 및 플래티넘·다이아몬드 세팅)’은 477만 원으로 1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명품 브랜드의 평균 가격 인상률은 약 3%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글로벌 차원에서는 가격 인상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유독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걸까. 

우선 가격 인상에도 소비가 유지되는 환경이 브랜드의 가격 조정 여력을 키우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명품 소비가 줄고 있지만, 한국의 명품 수요는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백화점 산업 총매출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1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패션을 포함한 전 상품군이 고르게 증가한 가운데, 명품 매출은 같은 기간 19.5%, 23.3%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명품 매출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2년 전 5% 수준에서 지난해 15%까지 뛰었고,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9%로 전체 매출 신장률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12.5%로 2023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소비 구조 변화와 함께 ‘올드머니’ 트렌드 확산과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명품 소비는 가방에서 시계·주얼리로 이동하며 올드머니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으며 반복적인 가격 인상에도 명품 카테고리 성장률이 전체 매출을 상회하고 있다"며 "백화점이 올해 유통업 내 가장 견고한 업태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 사례로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2조130억 원, 영업이익은 336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9%, 25% 증가했다.

여기에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고환율’이 장기화 되면서 조달 비용이 증가한 점도 가격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3일 인베스팅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기준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5.2% 상승했다. 이는 전세계 상위 5위권에 드는 약세 폭이다. 심지어 가나와 시리아, 태국, 터키 등 개발도상국보다 약세 폭이 더 큰 것으로 집계됐다.

명품 브랜드들이 유로화·달러화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상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필요한 원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넬, 불가리 등 주요 브랜드들은 글로벌 가격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환율 변동이 큰 국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격 조정을 단행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 요인이 제한적인 반면, 한국은 원화 약세라는 변수로 인해 추가적 가격 인상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명품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가격 정책에 대한 반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최근 수년간의 급격한 가격 인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프라다의 안드레아 게라 CEO는 알타 감마 프리젠테이션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명품 가격을 이렇게까지 올린 것은 우리들의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결국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환율과 소비 심리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급등이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면, 올해 역시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격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인상이 지속될 경우, 한국 역시 소비 위축 흐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처럼 짧은 기간에 반복적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경우, 일부 소비자층에서는 ‘구매 지연’ 또는 ‘대체 소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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