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했으며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서한은 미 뉴욕대 로스쿨 법률·안보 센터가 발행하는 온라인 저널 '저스트 시큐리티(Just Security)'에 지난달 27일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서한에서 "이번 공습 개시는 유엔 헌장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미군의 행태와 고위 정부 관리들의 발언은 국제인권법 및 국제인도법 위반, 나아가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한에는 하버드·예일·스탠퍼드 등 미국 주요 대학교 교수들뿐 아니라 국제법학회, 비정부기구 관계자, 전직 정부 법률 자문관 등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이름을 올렸다. 고홍주 전 국무부 법률 고문과 베스 반 샤크 전 국무부 국제형사사법 특사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쟁 개시를 두고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유엔 헌장의 무력 사용 금지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력 사용은 자위권 행사나 유엔 안보리 승인이 있을 때만 정당하지만 이번 이란 공격은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의 선제 공격이나 임박한 위협이 없었으므로 미국의 자위권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의료 시설, 주택을 강타한 민간인 공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공격은 특히 우려스러운 사건"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8일 이란 미나브에 있는 샤자레 타이예베 초등학교가 미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175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어린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책임을 부인하며 "이란이 저지른 짓"이라고 주장했으나, 미 국방부 예비 조사 결과 미국이 공격을 감행했으며 구식 정보에 기반한 오폭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두고 "국제인도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책임자들이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최근 수십 년 동안 미군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감행한 단일 공격 중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례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고위 미국 관리들의 발언의 심각성도 비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3일 발언을 두고 "국제인도법뿐 아니라 미국 전쟁범죄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고 명령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직격했다. 당시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며 적들에게 자비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고 말했고, 지난 13일에는 미국이 이란을 "재미 삼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언급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제법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13일 "한 시간 안에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공급하는 발전소들을 파괴할 수 있다", "이란이 다시는 재건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지난 21일에도 이란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법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시설물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실행될 경우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