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로!
ⓒ한겨레/연합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國歌)로 삼자. 이렇게 주장한다면, 한국의 보수진영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며 혀를 차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진보적인 입장을 지닌 이들도 이 노래를 낳은 5·18의 기념식에서조차 '합창은 되지만 제창은 안된다'는 상황에서 '그래도 부른다' 식의 수준 낮은 드잡이를 한 지 8년째인데 나가도 너무 나간 소리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부르는 데 삼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짧은 노래 하나에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선이 선명하게 그어진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35년 전에 군부 쿠데타 세력이 총칼로 강행하며 권력을 손에 넣었던 '광주 고립 전략'을 옹졸하게 계승하며 자신들의 지지층을 집결시킨다.

왜 이 노래를 이다지도 불편해하나

국가보훈처나 재향군인회, 그리고 김진태 같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입장은 한결같다. 즉, (2013년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민주화운동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음에도) 이 노래가 1991년 북한이 대남공작용으로 제작한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주제곡이며, 작사자가 불법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복역한 바 있는 반체제인사라는 점, 그리고 친북·종북단체들이 각종 의식에서 애국가를 대신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이 노래를 부정한다. 친북·종북의 선전수단인 이 노래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행사에서 기념곡으로 불린다는 것은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체제와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로서, 굳이 필요하다면 5·18 민주화정신에 부합되고 온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곡을 만들자는 것이다.

김진태 의원의 단어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 노래는 이들에게 '불편한' 진실이다. 같은 당의 김무성 대표나, 정의화 국회의장, 나아가 하태경 의원 같은 신진 보수파까지 이런 입장에 난색을 표하면서 노래에까지 종북덧칠을 해서는 안되며 반독재투쟁의 민주주의정신을 통합과 상생의 정신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진짜 문제는 <애국가>에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인 국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온 <애국가>의 작곡자인 안익태가 나치 치하의 1942년 베를린에서 일본 괴뢰정부인 만주국을 찬양하는 음악을 작곡하고 지휘했다는 사실이나, 그가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후기 낭만주의의 대가 리하트르 슈트라우스가 쓴 일본제국 찬양 작품 <대일본축전>을 일본에서 지휘한 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침묵한다. 특히 영상물로도 남아 있는 베를린 공연에선 <애국가>가 포함되어 있는 안익태의 관현악곡 <한국환상곡> 속의 선율 테마와 유사한 대목이 두군데 정도 포함되어 있다니 정말이지 아찔한 노릇이다. 만약 이 지적이 사실이라면 연주가 있기 6년 전에 뜨거운 민족 사랑으로 썼던 <한국 환상곡>의 음률이 일장기가 휘장으로 내걸린 제국주의와 파시즘 찬양의 제단에 바쳐졌다는 말이 된다.

다양한 이유로 <애국가>가 국가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은 1960년대부터 있어왔다. 국가가 새로이 제정되어야 한다면 나는 단연코, 새로운 곡을 만들 필요도 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우리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국제 연대의 상징

미국과 중국, 프랑스를 위시하여 우리가 알 만한 거개의 나라는 공화제와 민주주의 수립, 혹은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투쟁의 피 어린 정신을 담은 내용의 노래를 국가로 삼고 있다. 미국 국가 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1812년 영국군과의 메릴랜드 매켄리 요새 전투의 모습을 담은, 변호사 프랜시스 스코트 키의 시로부터 탄생했고, 프랑스의 국가 는 프랑스혁명 직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이 발발하자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800km를 행군해온 마르쎄이유 의용군이 부른 노래로, 공병대 대위 루제 드 릴이 쓴 곡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맞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보다 더 장엄하고 보편적으로 이 헌법의 정신을 표현한 노래가 또 있을까? 그리고 한국의 보수진영이 알아야 할 것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좁은 이 땅에서 왈가왈부되는 그저 그런 노래가 아니라 자유와 평등을 희망하는 세계의 깨어 있는 시민의 노래로 널리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민공들을 위한 사회단체 공연이나 심지어는 일본의 민주주의 집회, 필리핀이나 타이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집회에서 이 노래가 그들 나라의 노랫말로 등장하는 것은 이제 더이상 생소한 풍경이 아니다. 노래 하나가 민주주의의 국제적인 연대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와 인간의 진심을 담은 노래를 언제까지 폄하할 건가

하태경 의원은 말한다. 이 노래가 폭력적인 집회를 연상하게 하므로 공식적인 자리에선 적합하지 않다고. 그러나 미국이나 프랑스 국가의 가사와 견준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너무나 문학적이다.

"그들의 피로 사악한 발자국들을 씻어냈도다!" (The Star-Spangled Banner)

"무장하라 시민들이여/행진하자 행진하자/적들의 더러운 피로/우리의 밭을 적실 때까지" (La Marseillaise)

1980년의 봄 이후 광주의 노래는 많았다. 그중에서 왜 4박자의 단조 행진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유독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며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의 많은 이들이 왜 이 노래에 공감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 땅의 보수진영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이 노래는 시대와 인간의 진심을 담은 명곡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가로 삼기에 충분하고도 충분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본 악보.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성폭행 혐의 벗고도 ‘폭싹’ 상한 얼굴로 돌아온 김건모, “팬티부터 눈밑지까지…” 180도 바뀐 근황에 눈 뻔쩍 뜨게 된다
  • 2 ‘전주 네임드’라는 태연 친오빠 김지웅, “얼마나 잘생겼길래…” : 대세 연예인도 공개 고백하게 만드는 특급 외모
  • 3 제대로 사고 친 이재룡, 2시간30분의 비밀 : “또?”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음주운전 이후 기이한 행적 드러났다
  • 4 국민의힘보다 개혁신당이 더 싫다? 개혁신당 비호감도 1위·호감도는 꼴찌 한국갤럽 조사
  • 5 대구 30대 공무원이 이상 증세에 직접 도움 요청했지만 사망했다 : 경찰과 119는 15분 만에 철수했다
  • 6 청와대 다녀온 충주맨 김선태, 알고 보니 퇴사 3일 만에… : ‘이곳’에서 포착된 근황에 팝콘 한 바가지 튀기게 된다
  • 7 ‘국힘 대표 장동혁 2선 후퇴’ 요구하며 벼랑 끝 전술 펼치는 오세훈, 장동혁이 쩔쩔맨다
  • 8 토요일 아침, 남양주 길바닥에서 40대 전자발찌 男이 벌인 흉기 살해 사건 : ‘이곳’에서 붙잡혔고 온몸에 소름 쫙 돋는다
  • 9 한국 야구대표팀과 8강전 맞붙는 도미니카공화국 : 총 연봉 차이 20배 넘는다
  • 10 삼성전자 HBM4 존재감 내뿜기 시작 : 그런데 TSMC와 파운드리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허프생각

'배터리의 겨울' 녹일 CEO들의 위기 타개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 아쉬움 남긴 '인터배터리' 행사
'배터리의 겨울' 녹일 CEO들의 위기 타개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 아쉬움 남긴 '인터배터리' 행사

북적했던 현장과 조용했던 리더십

허프 사람&말

조국이 ‘보완수사권 주자’는 정성호 법무장관에 반박했다, “돈 받고 사건 덮는 자는 검찰에도 있다”
조국이 ‘보완수사권 주자’는 정성호 법무장관에 반박했다, “돈 받고 사건 덮는 자는 검찰에도 있다”

"이재명 정부 검사는 달라"... 정말?

최신기사

  • 3·15의거를 아시나요 : 역사책에서 사라질 뻔한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 민주화 운동
    뉴스&이슈 3·15의거를 아시나요 : 역사책에서 사라질 뻔한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 민주화 운동

    4·19혁명의 뿌리

  • 엔비디아 연례 콘퍼런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진검 승부의 장'인 이유 : '베라 루빈' HBM 공급 향방에 중대 영향
    씨저널&경제 엔비디아 연례 콘퍼런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진검 승부의 장'인 이유 : '베라 루빈' HBM 공급 향방에 중대 영향

    GTC2026가 4일간 열린다

  • 호르무즈 봉쇄가 글로벌 '에너지 지도' 바꾼다 : 유럽 재생에너지·원전에 다시 주목
    글로벌 호르무즈 봉쇄가 글로벌 '에너지 지도' 바꾼다 : 유럽 재생에너지·원전에 다시 주목

    에너지, 인류의 영원한 숙제

  • [허프 생각] '배터리의 겨울' 녹일 CEO들의 위기 타개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 아쉬움 남긴 '인터배터리' 행사
    보이스 [허프 생각] '배터리의 겨울' 녹일 CEO들의 위기 타개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 아쉬움 남긴 '인터배터리' 행사

    북적했던 현장과 조용했던 리더십

  • [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낙태법 개정이 묻는 철학적 질문 : 생명은 언제부터인가
    보이스 [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낙태법 개정이 묻는 철학적 질문 : 생명은 언제부터인가

    인간만 자연에 선을 긋는다

  • ‘전주 네임드’라는 태연 친오빠 김지웅, “얼마나 잘생겼길래…” : 대세 연예인도 공개 고백하게 만드는 특급 외모
    엔터테인먼트 ‘전주 네임드’라는 태연 친오빠 김지웅, “얼마나 잘생겼길래…” : 대세 연예인도 공개 고백하게 만드는 특급 외모

    빛이 나.

  • 성폭행 혐의 벗고도 ‘폭싹’ 상한 얼굴로 돌아온 김건모, “팬티부터 눈밑지까지…” 180도 바뀐 근황에 눈 뻔쩍 뜨게 된다
    엔터테인먼트 성폭행 혐의 벗고도 ‘폭싹’ 상한 얼굴로 돌아온 김건모, “팬티부터 눈밑지까지…” 180도 바뀐 근황에 눈 뻔쩍 뜨게 된다

    오늘은 맑음.

  • 토요일 아침, 남양주 길바닥에서 40대 전자발찌 男이 벌인 흉기 살해 사건 : ‘이곳’에서 붙잡혔고 온몸에 소름 쫙 돋는다
    뉴스&이슈 토요일 아침, 남양주 길바닥에서 40대 전자발찌 男이 벌인 흉기 살해 사건 : ‘이곳’에서 붙잡혔고 온몸에 소름 쫙 돋는다

    1시간 만에.

  • 제대로 사고 친 이재룡, 2시간30분의 비밀 : “또?”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음주운전 이후 기이한 행적 드러났다
    엔터테인먼트 제대로 사고 친 이재룡, 2시간30분의 비밀 : “또?”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음주운전 이후 기이한 행적 드러났다

    음주사고 내고 술집으로?

  • '오너 리스크'로 얼룩졌던 남양유업, 새 주인 찾은 뒤 전 오너 공탁금으로 주주가치 높인다
    씨저널&경제 '오너 리스크'로 얼룩졌던 남양유업, 새 주인 찾은 뒤 전 오너 공탁금으로 주주가치 높인다

    옛날의 남양유업이 아니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