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향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 지역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이 물가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물가에 따른 소비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당분간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자본이 AI 인프라에 쏟아지며 실물 경제를 이끌고 있기 떄문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30일 '2026년 하반기 미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년 하반기 미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2%대 초반으로 내다봤다. 개인 소비는 유가 상승으로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며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기업 투자는 하반기에도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관련 지출 확대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며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빅테크의 올해 AI 자본지출 규모는 81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 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반기 물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 것으로 분석됐다.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유가 상승이 겹친 여파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내 정책금리 인하 전망을 대부분 거둬들였다. 주요 10개 투자은행 중 9곳이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철회했으며, 이 중 2곳은 오히려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AI 투자 확대 이면에 자리한 구조 위험도 함께 지적했다.
전력 수요 폭등으로 전력망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으며 도매 전력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물가(PCE)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모신용을 활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중을 늘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이러한 구조는 AI 수요 둔화 및 수익화 지연 시 신용위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