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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에 약물을 타 20대 남성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두고 경찰이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신상털기를 두고 이른바 ‘사적 제재’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북구 일대에서 20대 남성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씨(왼쪽), 강북 모텔 피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인스타에 달린 댓글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강북구 일대에서 20대 남성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씨(왼쪽), 강북 모텔 피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인스타에 달린 댓글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서울강북경찰서는 23일 김씨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4일과 지난달 28일, 이달 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 등에서 20대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내부 검토 끝에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범행 수단의 잔혹성과 고의성 등이 현행 신상정보 공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등에 한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사례로는 국내 역대 최대 규모 텔레그램 성 착취방을 운영한 김녹완씨, 대전의 한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명재완씨 등 12명이 있다. 이처럼 공개 기준이 제한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이번 사건을 두고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신상 공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일부 누리꾼들은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실명과 사진, 나이, 출신 학교, SNS 계정 등 상세 정보를 찾아 온라인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드문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점, 여성 피의자라는 점, 범행 동기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대중의 관심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강북 모텔 피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인스타에 달린 댓글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강북 모텔 피의자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인스타에 달린 댓글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그러나 온라인 반응은 선정적인 내용뿐 공익적 문제 제기와 거리가 멀었다. 김씨의 사진을 두고 “저런 여성이 술을 마시자고 하면 나라도 따라 나간다”는 식의 외모 평가성 댓글이 이어졌고, 일부는 사망한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처럼 무분별한 신상 공개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관련 보도에는 “범죄자 신상 공개 기준을 알 수 없다”며 경찰을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를 차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12월 ‘사적 신상공개 문제에 관한 리포트’를 통해 “대중 여론과 별개로 사적 신상공개는 현행 법령에 따라 위법으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면서도 “이는 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인권적 관점에서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공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검증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실제 과도한 신상 공개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은 사례도 있다.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 유튜버가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으나, 지목된 이들 중 9명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처벌을 요구하는 집단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 사진과 개인정보가 게시되고 협박까지 받았다며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는 재범을 예방하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기준이 모호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될 경우 대중의 불신을 키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적 제재로 이어질 경우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낳을 위험도 존재한다.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 마련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시민들 역시 범죄자 신상 공개 문제를 단순한 호기심이나 감정적 반응이 아닌, 공익과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성찰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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