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올리브영과 뷰티 특화 약국이 마주 보고 있다.
우연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약국을 'K-뷰티' 쇼핑 채널로 삼기 시작하며 올리브영과 특화 약국의 경쟁이 시작됐다. 실제로 외국인의 약국 소비 금액은 1년 만에 200% 가까이 뛰었다.
이에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제약사와 함께 개발한 '어드밴스드 더마' 전면 배치로 대응에 나섰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사진)가 '어드밴스드 더마' 카테고리를 매장에 전면 배치하며 'K-뷰티' 주도권을 이어가려 한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7일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뷰티 트렌드가 성분과 효능 중심으로 이동하며 방한 외국인의 약국 소비 금액이 크게 늘었다.
◆ 올리브영 코앞에 들이닥친 '뷰티 특화 약국'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 집계 기록을 보면 외국인의 올해 6월 국내 의료관광 소비 금액은 약 2508억 원에 이른다. 2025년 6월 약 1416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춰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약국 소비 비중은 약 12.9%, 금액은 약 324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6월에는 비중 약 7.7%, 금액 약 109억 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소비 금액이 약 77.2% 증가하는 동안 약국에서의 소비 금액은 약 197.6% 폭증하며 비중까지 크게 늘었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7월16일 의료기기 분석 보고서에서 약국 소비 비중 증가를 두고 "외국인 관광객의 약국 내 화장품(코스메틱) 구매 확대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CJ올리브영은 국내 K-뷰티 오프라인 유통의 절대 강자다. 그런데 최근 서울 중구 명동과 성동구 성수동 등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상권 중심으로 뷰티 특화 약국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런 약국들은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비중을 줄이고 미용 목적의 일반의약품·화장품을 매장 전면에 배치해 영업하고 있다.
특히 이 약국들은 올리브영 매장 근처에 입점하며 경쟁을 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레디영약국 성수점은 올리브영N 성수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레디영약국 명동점은 올리브영 명동거리점 바로 옆 건물에 입점해 있다.
약국이 전면 대결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올리브영이 보유하지 못한 '전문성', '고기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약사가 상주하고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특성에 기인한다. 소비자들은 약사의 상담 및 추천하에 올리브영이 취급할 수 없거나 고함량을 넣기 어려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 이선정 대표, 제약사와 손잡고 '어드밴스드 더마'로 응수
이선정 대표는 약국의 도전에 '어드밴스드 더마'로 대응에 나섰다. 더마는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의 줄임말이며, 어드밴스드 더마는 올리브영이 국내 제약사들과 함께 개발해 3월 출시한 고기능 스킨케어 카테고리다.
6월 올리브영의 어드밴스드 더마 매출은 4월보다 260% 이상 증가했으며, 매출의 70%가량을 외국인이 차지했다. 올리브영의 체험 특화 매장 '뷰티 맨션 성수'에 도입한 '어드밴스드 더마 뷰티 컨설팅'은 이용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어드밴스드 더마 뷰티 컨설팅은 올리브영의 뷰티 컨설턴트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얼굴을 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어드밴스드 더마 제품을 추천해주는 체험형 서비스다.
가능성을 확인한 올리브영은 어드밴스드 더마를 스킨케어 핵심 카테고리로 키운다는 방침 아래 전용 매대를 65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올리브영 전체 매장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 나눈 통화에서 "최근 방한 외국인 고객의 K-뷰티 쇼핑이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기능성 스킨케어를 찾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어드밴스드 더마를 중심으로 상품뿐 아니라 체험과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고객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약국과 상생" vs "약국에 위협"
다만 올리브영 관계자는 어드밴스드 더마가 약국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카테고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상생'과 '시너지'를 강조하며 약국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뷰티 채널로서의 약국의 부상을 K-뷰티, 'K-더마' 시장의 확대와 상생 측면에서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올리브영과 약국 제품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올리브영 근처 약국에 근무하는 한 약사는 어드밴스드 더마가 위협이 되냐는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약사는 "(어드밴스드 더마 제품은) 제약사에서 출시한 기존 의약품과 이름 및 디자인이 거의 비슷하다"며 "특히 외국인들은 약국 제품을 올리브영에서 그대로 파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워 피해가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약국과의 경쟁과는 별개로 '더마'에 초점을 맞춘 이선정 대표의 판단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더마 부문의 성장세가 특히 빠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6년 3756억2천만 달러(약 558조 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6.97%를 기록해 2034년 6441억7천만 달러(약 956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더마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26년 525억9천만 달러(약 78조 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10.51%를 기록해 2034년 1170억 달러(약 1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