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중수청 이원화’를 두고 정부의 입법예고안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특히 진보성향의 시사평론가와 경찰행정학 교수의 견해가 엇갈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공청회에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왼쪽)와 김민하 시사평론가. ⓒ민주당 유튜브 델리민주 갈무리
찬성 측으로 나선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직책인 ‘수사사법관’이라는 명칭만 가지고 제2의 검사가 될 것이란 우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 측의 황문규 교수는 정부의 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에 포함된 다른 조항들과 수사사법관이란 역할이 결합하면 지금처럼 ‘검사-수사관’ 구조가 고착화 되는 것은 물론 다른 부작용도 발생할 것이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국회에서 개최한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정책토론회 겸 공청회에서 '중수청 조직 이원화' 등을 놓고 정부 입법예고안에 찬성하는 전문가들과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공방을 벌였다.
정부안 찬성 측 전문가로는 최호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신인규 변호사, 김민하 정치평론가가 참석했다. 반대 측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을 사퇴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김필성·장범식 변호사가 나섰다.
황 교수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검찰개혁 대원칙에서 벗어났다며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 법안에 담긴 ‘수사사법관’이란 직책과 권한에 대한 조항의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황 교수는 “중수청은 수사기관인데 굳이 법조인 위주로 할 필요가 있나”라며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사법관’ 명칭을 부여해야 하는가? 같은 수사를 하는 수사관에게 누구는 수사사법관, 다른 누군가는 전문수사관, 왜 이렇게 해야하죠? 똑같이 하면 수사가 안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20년 이상의 베테랑 수사관이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의 지휘를 받는 전문성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 있다”며 “수사사법관이 중수청과 공소청을 융합하고 중수청을 사실상 제2의 검찰청으로 만드는 매개체가 될 것이고 전관예우 시장을 열어놓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중수청의 수사사법관이 현재 검사처럼 영장청구권이나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신분보장도 검사보다 약한 상황에서 단순히 명칭만으로 ‘제2의 검찰’이 될 것이라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직책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에 따라 제도를 바라봐야 하는데 ‘검찰=악’이라는 생각에 치우쳐 검찰과 비슷하게 보이는 그 무엇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바람직한 제도 설계가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반대 측의 논리구조를 보면 수사사법관이 사실상 제2의 검사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공소청이 제2의 검사를 지휘통제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수사기소 분리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반대 측 주장의 대전제가 되는 수사사법관이 검사인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이름이 수상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름의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김 평론가는 “제가 이름을 정청래로 개명하면 당 대표가 되는 것이냐, 수사사법관이란 직책은 검사가 가졌던 권한을 갖지 않는다”며 “영장도 법원에 청구할 수 없고, 기소권도 없고, 징계를 통해 파면과 해임이 가능하니까 검사만큼의 신분보장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이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인데 수사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건 당연한 것이며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아래 둬야 한다는 민주당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현실화 하려다보니 ‘수사사법관’이란 제도적 설계가 나온 게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중수청에 검사가 가야된다는 얘기도 있었고 중수청을 법무부에 뒀으면 수사사법관을 둘 필요가 없었다. 인사이동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정애 정책위의장,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공청회에서 법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입법예고안 내용이 현실화되면 공소청이 중수청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 쟁점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부딪혔다.
황 교수는 중수청이 수사개시를 공소청에 통보하는 조항 등이 결합되면 공소청이 상급기관으로서 지위를 갖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이를 공소청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수사관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까지 있는데 중수청이 공소청의 하위기관화 되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것이다.
황 교수는 “교체임용요구 조항뿐 아니라 중수청 법안의 수사 개시 통보조항, 입건 요청 조항과 결합할 경우 공소청 요구를 안 듣게 되면 수사관이 교체된다”며 “중수청을 사실상 공소청 하부기관으로 운영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평론가는 교체임용요구 조항은 공소청과 중수청의 상호 견제 목적으로 둔 것인데 공소청 검사가 자의적으로 수사관 교체 요구를 한다면 위법한 행위로 중수청의 수사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현재 검찰의 수사지휘와 동일선상으로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는 취지다.
김 평론가는 “교체임용권은 예를 들어 중수청에서 인권침해를 하거나 잘못된 강압수사를 했을 때 공소청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조항인데 만약에 우려하시는 것처럼 공소청 검사가 임의적으로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수사관 교체 요구를 하면 그건 직권남용으로 위법해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입법예고안에 보면 중수청 수사관이 공소청 검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돼있다. 이건 상호간에 견제가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사지휘의 부활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혜원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은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은 한 조직 내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대등한 협력 관계”라며 중수청 이원화가 수사사법관의 우월적 지위를 위해 설계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수십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현장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으며 사회를 맡은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전문가들에게 민주당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통해 접수된 국민들의 질문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