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0억 인구에게 '싸구려의 전형'으로 통하던 문구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값은 싸지만 품질은 떨어지고 어딘가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2024년 한중 커플 유튜버 '여단오' 채널로부터 확산된 '중티'라는 용어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했다. 중국식으로 과장되고 화려하며, 어딘가 촌스럽고 유치한 인상을 주는 치장·디자인·문화를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중티에 대한 인식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특유의 과하고 화려한 감성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졌다.
미국에서는 '차이나맥싱(Chinamaxx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24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을 중심으로 등장한 이 밈 용어는, 중국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습관을 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Z세대들은 중국 차를 마시고 태극권을 수련하는 등의 '차이나맥싱' 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해 틱톡에 공유하고 있다. ⓒ틱톡
차이나맥싱 현상은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따뜻한 물과 전통 차를 마시고, 태극권으로 몸을 단련하는 등의 중국식 생활 습관을 따르는 모습을 틱톡 등 플랫폼에 공유하며, 이를 자신들만의 새로운 유행 코드로 풀어내고 있다.
중티의 과함, 매력으로 재평가
트렌드와 직결되는 패션 분야에서는 변화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
중티는 더 이상 조롱식 밈이 아닌 하나의 스타일로 소비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션 브랜드 '슈슈통'이다. 2015년 상하이에서 출발한 이 브랜드는 과장된 리본과 풍성한 레이스 장식 등 '중티'로 인식되던 요소를 디자인 전면에 내세운다.
과한 리본과 레이스 장식이 특징인 중국 패션 브랜드 '슈슈통'이 블랙핑크 제니 등 글로벌 스타들에게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과거라면 촌스럽다고 평가받았을 디자인이지만, 지금은 명실상부 블랙핑크 제니를 비롯한 글로벌 스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중국 브랜드에 국한된 변화도 아니다.
콧대 높던 유럽 중심의 기존 명품 브랜드들도 기존에 중국 패션을 대하던 태도를 바꾸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가 지난 4월1일 중국 상하이 선박 수리소 내 컨테이너 박스를 콘셉트로 한 런웨이에서 자사의 2026 F/W 컬렉션을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인스타그램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2026년 F/W 컬렉션을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존 유럽 중심의 패션위크가 아닌 상하이를 무대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청두·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추가 프로젝트를 이어갈 것이라 발표했다.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중국을 주요 무대로 삼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이와 맞물려 보그 차이나 20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포스 오브 패션 갈라' 행사는 중국판 '멧갈라(미국 보그지에서 매해 개최하는 글로벌 최대 패션 행사)'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빠르게 바이럴됐다.
지난해 10월 보그 차이나가 개최한 '포스 오브 패션 갈라'는 중국판 '멧갈라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사진은 화려한 보석과 드레스로 치장한 중국 출신 아이돌 에스파 '닝닝'(왼쪽)과 아이들 '우기'(오른쪽)가 보그 차이나 기념 영상에 출연하는 모습. ⓒ보그차이나 인스타그램
화려한 드레스와 장식으로 치장한 중국 유명스타들은 '중티' 특유의 미감을 전면에 드러내며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에스파 닝닝, 아이들 우기 등 중국 출신 아이돌의 화려한 스타일링이 주목되기도 했다.
싸구려 박리다매 인식 넘어, 기술력으로 재정의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이 같은 흐름은 패션을 넘어 기술·제조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로보락·드리미·샤오미·에코백스 등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60% 안팎을 점유하며 콘크리트 주도권을 확보했다.
중국 대표 로봇청소기 제조업체 '로보락'은 최신 기능을 선도하며, 국내에서도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중국 업체들이 자율주행 센서, AI 기반 경로 설계, 물걸레·스팀 기능 등 기술 고도화를 빠르게 이뤄내면서, 삼성전자·LG전자 등 글로벌 전자제품 명가들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TV제품군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뚜렷이 감지된다.
중국 TV 제조업체 TCL은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중저가 LED 중심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OLED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중국 TCL과 일본 소니의 TV 합작사 '브라비아'의 기업가치는 약 1028억 엔(약 98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니
또한 TCL은 소니와 함께 2027년을 목표로 TV 합작사 '브라비아' 설립을 추진 중이다. 생산력과 브랜드 파워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해당 합작사의 글로벌 점유율이 20%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TCL이 글로벌 TV 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조롱에서 트렌드로
현재 전세계 디지털 문화를 주도하는 미국 Z세대를 중심으로 '차이나맥싱' 등 중국식 생활양식과 미감을 차용하는 콘텐츠가 확산되며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전면적인 인식 전환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권의 동양 문화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며, 일부 콘텐츠는 여전히 희화화와 과장을 동반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패션·전자제품·미디어 콘텐츠 전반에서 중국 관련 요소가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소비되면서, '중티' 감성은 조롱의 대상에서 점차 하나의 스타일 코드로 전환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