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에 빗댄 데 이어, 예수의 품에 안긴 이미지까지 SNS에 올리며 신성모독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예수에게 안겨 있는 AI 합성 사진을 공유했다(왼쪽).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시각) 카메룬 바멘다 공항에 도착해 평화와 정의를 위한 미사를 집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예수의 품에 안긴 자신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게시했다. 이는 한 지지자가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그림을 공유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예수 품에 안긴 그림을 올렸다. ⓒ트루스소셜
해당 이미지에는 "나는 원래 그렇게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요즘 이런 사탄적이고, 악마적이며, 아이를 희생시키는 괴물 같은 일들이 드러나는 걸 보면… 어쩌면 신이 자신의 '트럼프 카드'를 꺼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트럼프 카드는 결정적인 순간에 상황을 뒤집는 마지막 비장의 한 수를 뜻하는 표현이다.
그림을 보고 흡족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극좌 광신도들은 이걸 싫어할지 모르지만, 난 꽤 괜찮다고 생각해!!!"라고 글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을 신의 뜻이 뒷받침하는 정당한 전쟁으로 규정하자, 레오 14세 교황은 "하느님은 칼을 휘두르는 자들의 편에 서지 않으신다"고 전쟁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전쟁을 비판한 교황 레오 14세를 겨냥해 "범죄 문제에 약하고 외교정책에서는 매우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이후 자신을 예수로 묘사한 AI(인공지능) 이미지를 올렸으나, 신성모독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삭제했다.
15일(현지시각) 엑스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인공지능 합성 영상이 올라왔다. ⓒ엑스(X) 계정
이 같은 논란은 정치권과 온라인을 넘어 종교계로까지 확산됐다. 일부 복음주의 신자들 사이에서는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거나 자신을 신격화하는 듯한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며 지지 이탈 움직임도 나타났다. 온라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AI 합성 이미지와 신격화 이미지를 비튼 패러디가 확산됐다.
타지키스탄 주재 이란 대사관은 15일(현지시각) 엑스에 AI(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영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 ⓒIran Embassy in Tajikistan 엑스 계정
한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유럽 내 핵심 우파 동맹으로 꼽혔지만, 교황 비판과 이란 전쟁 대응을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관계가 멀어졌다. 멜로니 총리가 교황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군사적 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사실상 거리 두기에 나섰다. 트럼프 역시 이를 비판하며 양측 간 균열이 드러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16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카메룬 바멘다의 성 요셉 대성당에서 종교의 정치적 악용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시각) 카메룬 바멘다의 성 요셉 대성당에서 열린 바멘다 공동체와의 평화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러나 종교와 하느님의 이름을 자신의 군사·경제·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여 거룩한 것을 어둠과 더러움 속으로 끌고 가는 자들에게는 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시각) 카메룬 바멘다 공항에 도착해 평화와 정의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신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은 이어 "전쟁 전문가들은 파괴하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하지만 재건하는 데는 일생이 모자랄 때가 많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한다"며 "그들은 살상과 파괴에 수십억 달러가 쏟아지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치유와 교육, 회복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시각) 카메룬 바멘다의 성 요셉 대성당에서 열린 바멘다 공동체와의 평화 회의 이후 앤드루 푸아냐 은케아 대주교 및 관계자들과 함께 새를 날려 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여러분의 땅에서 자원을 약탈하는 자들은 대개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무기에 투자함으로써 불안정과 죽음의 끝없는 악순환을 이어가게 한다"며 "이는 뒤집힌 세상이며, 모든 정직한 양심이 규탄하고 거부해야 할 하느님의 피조물에 대한 착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수의 폭군에 의해 세계는 황폐해지고 있지만 세계는 서로를 지지하는 수많은 형제자매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다"고 사랑과 평화를 강조했다.
교황은 성당 밖에서 “우리 가운데 진정한 평화가 내려오도록 하자”고 말하며, 평화의 상징인 흰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교황이 방문한 카메룬은 프랑스어권과 영어권이 공존하는 국가다. 영어권 주민들이 정치·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갈등이 촉발됐고, 일부 세력은 독립을 요구하며 정부와 충돌했다. 사태는 결국 무력 분쟁으로 번졌으며, 현재도 영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을 선택한 정치 지도자와 분쟁 지역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행동에 나선 종교 지도자. 같은 시기 엇갈린 선택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