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한화오션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한 사람이 다섯 개 계열사의 의사결정 정점에 동시에 서 있는 구조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역시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로보틱스 등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으며 복수 계열사의 전략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합 리더십’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사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환경에서는 계열사를 개별 단위로 분절하기보다 전략 방향을 일관되게 맞추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구조의 효과가 효율성과 집중이라는 장점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시에 의사결정과 책임 소지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책임 귀속이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겸직 구조가 과연 경영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지배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겸직 구조의 핵심 쟁점은 의사결정 구조보다 보수 체계에 있다. 여러 계열사에 걸친 겸직 구조에서는 각 회사별 역할이 분산되면서 책임의 경계가 흐려질 수밖에 없지만, 보수는 개별 법인 단위로 각각 발생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계열사별로 임원 보수가 각각 책정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겸직 구조에서는 동일 인물이 여러 법인에서 각각 보수를 수령하게 되며, 이는 법적으로는 각 회사의 독립적 계약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와 주요 계열사에서 각각 보수를 수령하며 80억 원대의 보수를 받았다. 김동선 부사장 역시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비롯해 복수 계열사에서 보수를 나눠 받으며 36억 원 수준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개별 금액 자체가 아니라, 보수의 발생 단위와 의사결정 권한의 단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구조다. 의사결정은 그룹 차원의 전략 축으로 수렴되지만, 보수는 각 계열사 단위로 분산되어 산정된다. 결과적으로 권한은 통합되고 보상은 분산되는 형태가 된다.
특히 기타비상무이사와 같은 직위는 이러한 구조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 직위는 상근 책임이 제한적 대신 의사결정에는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명패와 다섯 번의 보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경영의 효율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지배의 견고함을 위한 책임 분산인가. 한 달에 월급을 다섯 번 받는 행위가 보수 분산과 지배력 과시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려면, 결국 하나로 수렴되는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