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26년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과를 발표하며 환율·물가·가계대출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환율과 통화량의 상관성을 지적받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으며, 차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는 신중론을 펼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15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 2.50%로 금리가 동결됐다고 발표한 뒤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가장 큰 화두는 '환율'로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한 통화량(M2) 증가로 환율이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 "가슴 아프고 화도 나기도 한다"며 "한은이 돈을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는 주장이 많아져서 당황스러우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3년간 가계부채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M2 증가율·수준 등이 예전보다 증가하지 않았다"며 "GDP 규모 대비 M2 비율이 우리나라가 미국의 두 배 정도 돼 유동성이 크다고도 하는데,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그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유동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이론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 원인으로 "4분의 3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고, 4분의 1은 내국인의 해외투자 등 우리의 요인(수급)"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펼쳤다. 이 총재는 "환율이 물가를 끌어올린다면 금리를 올려야겠지만, 지금은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현재 환율을 금리로 잡으려면 한 200bp(2%포인트) 이상 올려야 하는데, 그때는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지난해 11월에 있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와 같은 문구 중 '금리 인하'라는 표현 자체는 빠졌다. 이를 두고 사실상 금리 인하 기조는 철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한국 사회의 펀더멘털이 약화돼 최근 환율이 1480원까지 치솟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은 상승하고 내외금리차는 떨어지는 등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환율이 오르는 것을 보면 그 외의 수급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원화 가치 하락이 한국의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한국 경제 펀더멘털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학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가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이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도 소비 회복세 지속, 건설투자 부진 완화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관련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금통위는 성장세를 점검하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