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외형적 정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CEO의 참호 구축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지주 이사회가 ‘모범관행’에 따라 실제 작동하고 있는지 뜯어보겠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6년 시무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8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실제 운영 현황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을 1월 안으로 실시한다.
이번 점검은 지난 2023년 12월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은행권이 관련 내규 정비 등 외형적 개선은 이뤘으나, 실제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이를 형식적으로 이행하거나 편법적으로 우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특히 이사회와 경영진의 '참호 구축'으로 CEO 선임 과정에서 검증 기능이 마비돼 소위 ‘셀프 연임’이 발생하는 문제, 이사회 내 위원회가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문제, 사외이사의 실질적 견제·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문제 등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내규나 조직 등 형식적인 외관보다는 사외이사의 실제 활동 내역을 바탕으로 CEO 승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을 세웠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과 관련해 그동안 지적돼 온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지주는 롱리스트 선정 직전 이사의 재임 가능 연령을 현 지주 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고 연임을 결정했다. B지주는 내·외부 후보군의 서류 접수 기간을 물리적으로 촉박하게 설정(5영업일)해 외부 경쟁을 방해했으며 C은행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지표(BSM)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상호 연관성이 없는 소비자보호와 리스크관리를 단일 전문성 항목으로 운용하며 왜곡했다. D지주는 사외이사를 평가할 때 객관적 지표 없이 설문조사만으로 평가했으며 평가 대상 전원에게 '우수' 등급 이상을 부여하는 등 평가의 실효성이 부족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은행지주별 우수 사례와 개선 필요 사항을 발굴하고, 이를 향후 추진될 '지배구조 선진화 TF' 논의에 반영한 뒤 은행권과 공유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개정된 상법 취지에 맞게 사외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앞으로도 이행 현황 점검과 검사를 통해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