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시즌2)’의 최종 우승자가 정해졌다. 주인공은 바로 백수저(요리계에서 명성이 높은 유명 셰프측) 최강록. 해당 방송의 전 시즌에서도 백수저로 출연했던 그가 또한번의 도전으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최강록(왼쪽)과 요리괴물(본명 이하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허프포스트 코리아
그러나 결과만을 두고 본다면 이는 그리 놀라운 드라마는 아닐 수 있다. 이미 방송 전부터 온라인 상에는 최강록이 해외 출신 셰프 흑수저를 꺾고 우승을 한다는 스포일러가 한 차례 돌았다.
더욱이 스포일러가 돈 이후 흑수저(백수저에 해당하는 셰프들을 제외한 전국의 요리사들)에 해당하는 ‘요리괴물’이 제작진의 편집 실수로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어느 정도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승전이 공개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이미 알려진 결과에 ‘김이 샜다’는 반응 대신, 많은 이들이 최강록에게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어찌 보면 의아한 장면이다. 응원하기 싶은 언더독, 즉 흑수저의 성공 서사보다 오히려 백수저의 우승에 더 열광하고 있다.
엘리트, 백수저 아닌 사람으로서 최강록
마스터셰프 코리아2 포스터. ⓒCJ
그 이유는 백수저, 흑수저라는 구분을 넘어, 최강록이라는 인물이 쌓아온 서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명문 요리학교인 츠지 조리사 전문학교 출신이긴 하지만,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셰프의 길에 들어섰다는 다소 순진하고 엉뚱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의 행보는 전형적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준 프로그램이 바로 그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2’였다. 당시 생계를 위해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술김에 참가 지원서를 냈고, 말주변이 없어 자신의 요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압도하는 실력으로 결국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대중의 기억에 강하게 남은 장면은 팀 미션에서 ‘탈락면제권’을 사용했을 때였다. 팀이 패배해 전원이 탈락 위기에 놓이자, 최강록은 자신이 아닌 가장 불리해 보이는 팀원에게 면제권을 사용한 것이다. 면제 대상이 된 팀원은 팀과 함께하겠다며 눈물로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최강록을 단순한 엘리트 백수저가 아닌, ‘착한 심성을 지닌 노력하는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흑백요리사2 최종 우승 가른 것은 요리 실력 아닌 스토리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시즌2) 폿터. ⓒ넷플릭스
이 같은 이미지는 요리괴물과 맞붙은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빛을 발했다. 결승 미션은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였다. 먼저 요리괴물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먹던 순대국을 파인다이닝 스타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였다. 그는 “아버지와 목욕탕에 다녀온 뒤 늘 먹던 음식이었다”며 “해외에서 생활하며 힘들 때마다 떠올리던 소울푸드”라고 설명했다. 담백한 스토리텔링과 탄탄한 실력이 어우러져, 스포일러가 없었다면 충분히 우승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반면 최강록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선택을 했다. 조림 요리로 여러 고비를 넘겨온 그가 이번에도 조림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국물 요리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는 “사실 나는 조림 요리에 자신이 없다. 어쩌다 보니 조림으로 주목을 받았고, 그동안 잘하는 척을 해왔다”며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척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가 내놓은 국물 요리는 평소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편안하게 끓여낸 음식이었다. 여기에 하루의 고됨을 씻어내자는 의미로 소주 한 잔씩을 곁들이는 연출까지 더했다. 심사 결과는 2:0로 최강록의 승리였다.
최종 승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단순한 요리 실력의 우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와 서사의 깊이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요리괴물이 타지에서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요리는 충분히 완성도가 있었지만, 최강록이 자신의 삶과 진정성을 오롯이 담아낸 요리 앞에서는 다소 힘이 부족했다.
감동은 우승 소감에서도 이어졌다. 우승자가 호명된 직후 울컥한 표정으로 말을 잇던 최강록은 “저는 전국 곳곳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며 일하고 계신 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해주신 말씀들을 가슴에 새기고, 더 열심히 음식에 대해 고민하며 살겠다. 자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소감은 비단 요리사들만을 향한 말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셰프라는 직업만 다를 뿐, 최강록이 보여준 삶의 태도와 그가 쌓아온 서사는 우리의 인생과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백수저 최강록의 우승에 감동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