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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현대자동차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이 가장 앞단에 내세운 인물은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연구개발(R&D)본부장 사장이다.

한국계 외국 국적 임원을 제외하고는 6번째로 외국인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이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 ⓒ 현대자동차.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 ⓒ 현대자동차.

하러 사장은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이 전환한 R&D본부에서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기아의 기본 경쟁력 확보와 양산 관련 개발을 담당하는 R&D본부는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통합한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 차량 성능 전문가로 인정받아 현대차그룹 R&D본부 수장까지 오른 하러 사장은 과거 그룹의 고성능차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린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에 비견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2년차 외국인 사장 등극, 전문성 인정 받아

하러 사장은 현대차그룹 역사상 6명뿐인 외국인 사장 가운데서도 가장 빠르게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하러 사장은 2024년 5월 그룹 R&D본부 산하에 당시 신설된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임명됐고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7개월여 만이다.

알버트 비어만 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2014년 12월 말 부사장으로 그룹에 합류해 3년여 뒤인 2018년 초에,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책임자(CCO)는 2015년 11월 전무로 그룹에 합류해 2022년 11월 7년 만에 사장에 올랐다.

각각의 경력에 따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차그룹에서 하러 사장에 관한 평가와 기대가 높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러 사장은 25년 동안 아우디, BMW, 포르쉐 등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샤시 기술개발부터 전장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총괄까지 모두 지낸 경험을 현대차그룹에서 적절히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4년가량 재직한 포르쉐에서 ‘카이엔’, ‘박스터’ 등 내연기관 차량과 포르쉐 최초의 전기차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한 하러 사장은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전환기에 그에 적합한 경쟁력을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이 하러 사장을 영입했을 당시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 일렉트렉은 “하러 사장은 포르쉐의 상징적인 카이엔과 브랜드 최초 전기차인 타이칸 개발을 주도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기아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리더십을 확보해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그리고 최근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은 “그룹에 합류한 뒤 R&D본부 부사장으로 제품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임에도 현대차·기아만의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 기술력 향상을 이끈 알버트 비어만, 그를 넘어서는 하러의 과제

역대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분야 외국인 리더로는 단연 알버트 비어만 전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이 거론된다.

비어만 전 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재로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특히 고성능차의 기술력을 한층 끌어올린 외부 영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비어만 전 사장은 BMW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했고 현대차그룹에 합류하기 이전 7년 동안 BMW의 고성능 브랜드 ‘BMW M’ 연구소장을 지낸 스타 엔지니어로 여겨진다. 특히 각종 모터스포츠에 참가한 차량을 개발한 핵심이었다.

2018년 말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본부장에 선임됐고 이듬해 3월에는 역시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사내이사로서 회사의 주요 경영상의 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2년 남양연구소 새로운 연구팀의 개발에서부터 시작된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비어만 전 사장이 그룹에 합류한 뒤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오닉5 N’을 중심으로 받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의 높은 평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될 제네시스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의 기틀 형성 등에 비어만 전 사장의 역할이 적지 않은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12월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도 비어만 전 사장의 핵심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러 사장은 올해 7월 공개된 ‘아이오닉6 N’ 개발에 기여하며 이 차량을 ‘자동차 공학의 기준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비어만 전 사장과 고성능 전기차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러 사장은 차량의 성능 향상이라는 완성차업체의 고전적 목표를 넘어 소프트웨어정의차(SDV)의 고도화라는 그룹의 미래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DV의 핵심기술인 자율주행 경쟁력과 관련한 현대차그룹 안팎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하러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앞선 지난해 말 인사에서 “하러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장으로서 모든 유관 부문과의 적극적 협업을 통해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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