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이 강성지지층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핵심 조항을 수정·삭제하는 과정에서 법안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누더기 법안’ 이 됐다는 주장이 거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지방선거기획단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8일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22일에 오를 첫 번째 안건은 정보통신망법이며 23일 두 번째 안건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라며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면 아마도 24일 오전 11시쯤 마무리될 것 같다”고 밝혔다. 국회는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임시국회 본회의를 연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게 될 내란전담부 재판부 수정 법안은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재판부 판사 추천위원회의 위원 구성에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법무부 장관 제외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은 사법부 내부 추천과 대법관 회의를 거친 뒤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민주당은 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 법안 수위를 대폭 낮췄지만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수정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두고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이 실질적인 재판부 배당 권한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자체적으로 재판부를 배당하는 현행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는 법안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조희대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내란재판부 법안을 추진했던 것인데 수정한 내용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목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 단체로 윤석열 탄핵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촛불행동'은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전담재판부를 1심부터 설치하고 조희대 사법부에 판사추천권을 쥐여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추진 자체가 사법부를 향해 내란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해야 한다는 압박이 될 수 있는 데다 ‘지귀연 재판부’ 같은 행태를 막을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며 지지층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헌 시비와 논란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민주당 수정안을 마련했다”며 “내란전담재판부가 지귀연식 '침대축구식 재판'과 법정에서의 모욕·조롱 등을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심부터 하더라도 앞으로 1심 지귀연 재판부처럼 침대재판, 오락재판, 만담재판은 안 된다는 확실한 경고를 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당 지도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법부와 윤석열 변호인단 등은 아무리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순한 맛'으로 수정하더라도 위헌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해 내란사건 재판이 중지되는 상황만 막으면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인근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에 대해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원안도 위헌 소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제거를 해서 문제가 없는 법이라고 충분히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법이었다”며 “윤석열이 위헌 시비 걸면 재판 정지되고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들이 계속 제기됐는데 그건 수정하는 안도 똑같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 실제 정의로운 판결이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 법이 추진됐고 법사위에서까지 통과가 된 건데 여전히 그 부분이 살아있는 법인지에 대해 지지자분들께서 실망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고 계시는 상태”라고 바라봤다.
실제 대법원은 이날 12·3 비상계엄 사건을 다룰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예규를 신설하기로 했다. 내란사건에 대해 무작위 배당을 한 뒤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해 판결이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다만 재판부 구성을 위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민주당 주장과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예규 제정을 두고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와 8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9일부터 열렸던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도 여러 패널들이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통과에 앞서 사법부 스스로 신속한 재판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예규로 (민주당이 제정하려는 내란전담재판부)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의 절차 지연 없이 사무분담과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임의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신속·공정한 재판 진행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여전히 반대하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민 여론을 무시하다 민주당의 압력이 계속되자 이제서야 사실상 처음으로 '행동'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법안 수정 전에는 ‘위헌성 지적’에, 법안 수정 뒤에는 ‘지지층’에 치이는 억울한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법사위가 위헌 소지를 없앴음에도 조희대의 법원이 막무가내 위헌이라고 엄포를 놓았으니 장차 법원이 내란재판전담법을 위헌제청을 걸어놓고 내란재판을 정지하고 태업을 하는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판사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으로 법원이 알아서 전담판사를 추천하고 조희대가 정하도록 하라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