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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 기사 내용과 무관한 배 사진. ⓒMBC/어도비 스톡
정형돈, 기사 내용과 무관한 배 사진. ⓒMBC/어도비 스톡

비만을 관리하는 데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식단 구성을 조절하는 식이요법, 둘째는 운동 같은 생활 습관 교정, 셋째는 약물 요법, 넷째는 수술 요법이다.

그러나 식이 요법과 생활 습관 변화로 얻는 체중 감량의 경우, 효과가 단기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 현상’이 나타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의 10분의 1 이상을 줄인 사람의 85%가 1년 이내에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세포 안에 ‘요요 현상’을 부르는 비만의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기제는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블랙박스나 마찬가지였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운동 모습. ⓒ어도비 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운동 모습. ⓒ어도비 스톡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가 중심이 된 국제 연구진이 지방세포에 새겨진 후성유전학적 비만 기억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걸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후성유전이란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염기 서열에 변화가 없어도 외부 환경 요인 등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말한다. DNA에 담긴 유전 정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평생 변하지 않지만 후성유전적 표지자는 보통 수년 또는 최대 수십년 동안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요요 현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과체중 생쥐와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줄인 생쥐의 지방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이 지방세포의 핵에 후생유전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걸 발견했다. 중요한 건 이때 생긴 변화가 체중감량 후에도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지방세포에 비만 상태가 기억으로 각인돼 있다는 걸 뜻한다. 과학자들은 휴생유전적 표지자를 갖고 있는 생쥐가 다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자 체중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걸 확인했다.

죽어라 다이어트 해도 요요 와서 원상복구 되는 이유: 지금까지 내가 뭘 한 건가 싶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배 사진. ⓒ어도비 스톡

사람한테서도 이런 분자 체계가 작동할까? 연구진은 비만이 없는 18명의 지방 세포와 위 축소술·우회술을 받은 20명의 체중 감량(체질량지수 최소 25% 감소) 전과 후의 지방세포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비만을 경험한 세포는 체중 감량 후에도 일부 특정 유전자 발현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다. 생쥐에서와 같은 결과였다. 체중 감량 수술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비만인은 수술을 받은 지 2년이 지나서 체중을 상당량 줄였지만 지방세포의 유전자 발현 상태는 비만일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또 인간과 쥐의 지방세포에서 비만 중에 활성화한 유전자는 염증과 섬유증을 촉진하는 데도 관여한다. 섬유증이란 세포가 딱딱해져 흉터 같은 조직이 형성되는 증상을 말한다.

비만 기억 지우는 약물은 없어…예방이 최선

그렇다면 지방세포에 각인된 기억은 얼마나 오래 유지될까?

지방세포는 수명이 길다.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경우 평균 10년이 지나야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우리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비만을 기억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수명이 2년 남짓인 생쥐의 경우엔 체중이 줄고 몇달 뒤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지방세포의 여러가지 후생유전적 변화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지방세포의 비만 기억과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우리가 밝혀낸 것은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를 규명한 건 아니다"라며 “현재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체중계 사진. ⓒ어도비 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체중계 사진. ⓒ어도비 스톡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비만 약물에는 세포 핵의 후생유전 표지자를 변경해 비만 기억을 지우는 것은 없다. 연구진은 “아마도 미래엔 가능하겠지만 당장은 비만 기억 효과와 함께 살아야 한다”며 “따라서 처음부터 과체중을 피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지방조직에서 비만을 기억하는 세포가 비만세포인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직의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 완전한 형태를 갖추기 전 단계의 전구세포에서도 유전자 발현의 변화가 포착됐고, 체중 감량 후에도 변화가 유지됐다. 이는 다른 세포도 요요 효과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왜 후생유전적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까? 지방세포가 분열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세포 유형도 비슷하게 영향을 받을까? 비만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충분히 오랫동안 체중 감량 상태를 유지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연구진은 별도로 게시한 연구 후기를 통해 이번 연구는 여러가지 새로운 질문을 던져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에선 수백개의 유전자 부위에서 후생유전 기억을 정확하게 수정하면 비만 유발 기억과 관련된 표현형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또 시상하부의 뉴런과 같이 수명이 긴 세포도 비만에 대한 후생유전 기억을 유지하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8165-7

Adipose tissue retains an epigenetic memory of obesity after weight loss. Natur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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