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형사의 주먹에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베테랑2'(감독 류승완) 이야기다.
빌런 조태오(유아인 분)의 정체가 전면에 드러났던 전편과 달리, '베테랑2'의 빌런은 개봉 전까지 형식적으로나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형식적인 베일조차 영화 시작 5분 만에 걷힌다. 빌런은, 예고편에서 언급된 '해치님'은, 다수가 예측한 대로 순경 박선우(정해인 분)가 맞았다.
'베테랑2'는 홍보 단계에서 빌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것과 별개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범인 찾기 게임'을 제안하지 않는다. 범인의 정체를 곧장 공개한 다음, 그를 곁에서 바라보는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의 고뇌와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다. '베테랑2'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악당이냐'는 수수께끼가 아닌, '무엇이 정의냐'는 성찰이다.
'베테랑2'에는 서도철(황정민 분)과 박선우(정해인 분)가 '닮았다'는 언급이 자주 나온다. 서도철이 거울에 비친 박선우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CJ ENM MOVIE
서도철은 자타공인 '폭력 형사'다. 정당방위라는 명목 하에 나쁜 놈들을 반주검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팬다. 그런 그가 "죽어도 싼" 흉악범들을 사적으로 처단하는 해치에게 내심 공감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 선을 지킨다. 소통을 거부하는 고등학생 아들의 휴대전화를 훔쳐보겠냐는 제안엔 침묵하고, 시체를 둘러싸고 환호하는 사람들더러 "세상에 좋은 살인, 나쁜 살인 따로 있냐" 꾸짖는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서도철은 형사로서든 한 사람으로서든,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한다. 그리고 사과한다.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고.
서도철과 박선우, 박선우와 서도철. 둘은 닮았지만 다르다. 박선우는 정의구현을 위해서 모든 도덕적·법적 탈선도 불사한다. 반면 서도철은 박선우와의 대결을 말미암아 시리즈상 최초로 누군가를 때려눕히기 위해서가 아닌 살려내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서도철의 말마따나 그와 박선우는 '같은 과'지만 끝내 '같은 팀'은 될 수 없는 이유, "황정민이 싸우는 악당은 황정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편도 정해인? ⓒCJ ENM MOVIE
크레딧 이후엔 짤막한 쿠키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속편의 빌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최완기 강력범죄수사대장(권해효 분)이 급히 청장실로 불려가는 가운데,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해치가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어 '높으신 분들'이 모여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 최완기는 곧장 모자를 벗고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그 위로 "장난하냐??" 강항조 경찰청장(허준호 분)의 일갈이 날아와 꽂힌다.
서도철이 박선우를 체포하고, 가족과 둘러앉아 라면을 나눠 먹는 결말에서 모든 일은 일단락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잊지 말자. 서도철의 아들 서우진(변홍준 분)을 일진들로부터 구해낸 건 아버지의 사랑이 아닌 박선우의 주먹이었다. 또 서도철은 기자 출신 사이버 렉카 정의부장(신승환 분)으로부터 해치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아무 거리낌 없이 '가짜뉴스'를 흘렸다. 전편을 장악했던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베테랑2'는 일종의 회색지대다. 그림자를 남기고 떠난 해치는, 해가 지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