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중동 전쟁으로 대외환경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항공업계에서 세 번째로 비상등을 켠 것이다.
대한항공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이 전쟁 2배 수준의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단순한 일회적 비용 절감 노력으로는 부담을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4월1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A330-300. ⓒ대한항공
게다가 대한항공은 이르면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는 '통합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해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3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 우기홍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내공지를 통해 4월1일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은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4월부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겠다"며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비정상적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우 부회장은 "올해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94달러를 각각 기록했다"며 "당사의 4월 급유단가는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는 사업계획 상의 기준 유가인 갤런당 220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 당사가 목표로 한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크스에 따른 항공사들의 실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배럴당 200달러 수준의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전인 2월과 비교해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날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항공유 가격은 국제유가 대비로도 상승 폭이 더 큰 상황"이라며 "항공유 가격 상승률이 과도하기 때문에 현 수준이 지속되면 모든 항공사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유류비는 항공사의 영업비용에 30%가량을 차지한다.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전체 영업비에서 지출 연료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8%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했고 연료효율성이 높아진 신기재를 도입함에 따라 항공사의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완화했다"며 "다만 지금처럼 고유가 및 고환율이 지속되면 1개월의 래깅(시차)를 지나 4월부터는 영업손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 부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우 부회장은 "이번 비상경영 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 미래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