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원전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개화를 가장 앞장서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DL이앤씨가 보유한 'SMR 표준화 경쟁력'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는 DL이앤씨를 SMR 시장의 선두 주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31일 DL이앤씨에 따르면 SMR 시장에서 DL이앤씨가 갖는 가장 핵심적 경쟁력은 바로 '표준화 설계'다.
배종식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부본부장(왼쪽 여섯째)이 딩카 바티아 엑스에너지 최고영업책임자(CCO, 왼쪽 다섯째)와 SMR 표준화 설계 계약 체결을 기념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DL이앤씨
표준화 설계는 SMR 프로젝트의 상위 단계에 해당하는 작업으로, 단순 시공(EPC)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기준이 되는 뼈대를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이 시공 단계에 집중하는 데 비해, DL이앤씨는 그 전단계인 표준화 설계부터 참여하면서 전체적 시공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표준화 설계에 참여하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바라본다. 박석빈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SMR 표준화 설계에 참여할 수 있다면 SMR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표준화 설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동일한 형태로 더 빨리, 반복적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SMR 시장에서 DL이앤씨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25일 DL이앤씨가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와 맺은 1천만 달러(약 150억 원) 규모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이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SMR 시장에서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한 것은 현재 DL이앤씨가 유일하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도 해외 원전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시공 관련 계약에 머물러 있다.
DL이앤씨가 표준화 설계를 독자 경쟁력으로 노리기 시작한 것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엑스에너지에 2천만 달러(약 300억 원)를 투자해 지분 1%가량을 확보한 뒤, 구체적 표준화 설계 계약 단계까지 밀어붙였다. 이번 표준화 설계 사업은 2027년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표준화 설계 사업에 대해 "개별 프로젝트 단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위 단계의 기반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경험은 국내외 프로젝트 참여와 기술 협력 과정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R 사업에 DL이앤씨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주택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고 플랜트 같은 비주택 분야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다만 플랜트 부문에서 전통적 강자로 평가됐던 DL이앤씨의 지난해 플랜트 실적은 좋지 못하다. 지난해 말 기준 DL이앤씨 플랜트 수주잔고는 2조5012억 원으로 전체 수주잔고의 10분의1수준에 그쳤다. 매출 규모는 직전 해보다 23.2% 증가했지만, 신규 플랜트 수주가 2년 연속 급감해 중장기적 매출 호조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처럼 신규 플랜트 수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DL이앤씨는 SMR을 미래 플랜트 부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SMR이 수주 잔고 부족이라는 단기적 리스크를 상쇄하고 주택 경기 변동에 민감한 건설사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할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호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장은 "특히 엑스에너지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향후 4세대 글로벌 SMR 시장을 선도하며 에너지 밸류체인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