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습니다. 지난해 12월엔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단 혐의로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의 휴대전화도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이 이 대표의 휴대전화를 통째로 복제해 당사자 동의 없이 검찰 디지털 수사망(D-NET·디넷)에 저장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적시된 정보만 선별한 뒤 불필요한 정보는 폐기해야 한다는 ‘영장주의’ 원칙을 어긴 건데요. 법질서 수호자를 자처하는 검찰이 이래도 되는 걸까요?
일반 사건 피의자의 휴대전화도 영장과 상관없이 탈탈 털릴 수 있는 걸까요? 법조팀 정혜민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1. 검찰이 영장 목록에 없는 휴대전화 정보까지 통째로 저장·관리하는 건 불법 아닌가요?
정혜민 기자: 검찰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 근거해서 (검찰 내 규칙인) 예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어요. 재판에서 증거능력(증거가 주요 사실을 인정하는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객관적인 자격)을 다투는 경우를 대비해서 보관할 뿐이라고 답했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찰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범위를 넘은 압수수색을 하면서 헌법이 정한 영장주의를 어긴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번에 취재하며 보니까 검사들도 이 포렌식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디지털 증거를 관리하는 사람은 검사가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 수사관이라고 엔지니어에 가까운 분들이거든요.
22대 총선 사전투표 중인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뉴스1
2. ‘통째 압수수색’이 자주 이뤄지나요?
정혜민 기자: 검찰에서 대부분 사건이 몰리는 형사부를 보면 드문 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맡고 있는 이진동 대표의 사례가 흔한 일은 아니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가 있어요.
2012년~2021년 10년간 스마트폰을 통째 복제한 이미지 파일이 디넷에 총 5만 441건 저장된 걸로 확인됐어요. 검찰은 그중 3만 5,891건을 폐기해 지금은 1만 4,550건을 보관하고 있고요. 이 대표의 휴대전화 복사본도 지금은 삭제됐어요. 이 대표가 항의한 뒤에 검찰이 폐기한 거죠.
3. 한동훈이 협조 안 한 이유는?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의혹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아이폰 비밀번호를 끝내 안 알려줘서 검찰이 못 들여다봤잖아요. 한동훈이 검찰 출신이라 휴대전화 수사의 위험성을 잘 알았던 걸까요?
정혜민 기자: 한 위원장만이 아니에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수사받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도 휴대전화 잠금 해제에 협조하지 않았어요. (검찰 수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런 모습이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압수하도록 절차를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한동훈 ⓒ뉴스1
4. 검찰이 적법하지 않게 수집한 휴대전화 정보가 법원에서 증거로 쓰이나요?
정혜민 기자: 지난 2월 선고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이 디지털 증거 수집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어요. 검찰이 별개의 사건에서 저장해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를 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했거든요.
증거를 재활용한 거죠. 그래서 법원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애초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 정보가 포괄적으로 수집될 때 언론도 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어요.
5. 일반 사건 피의자도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털릴 수 있는 거죠?
정혜민 기자: 일반 시민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남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누구나 공권력의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있어요.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법조 기자들만 해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면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을 정도예요. 압수수색을 당하면 휴대전화 속 내 사생활과 취재원 정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