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개봉 5일째인 19일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한 '원자 폭탄의 아버지'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과 고뇌를 그린 영화다. 오펜하이머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생애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없기에 N차 관람하겠다고 말하는 관객도 늘고 있다. 그래서 '오펜하이머'를 보기 전 알아두면 쓸모 있는 관람 꿀팁 5가지를 정리해 봤다.
1. 시간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오펜하이머의 상영시간(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우스갯소리로 영화를 보다가 방광이 터질 뻔했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사포처럼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쏟아진다. 핑퐁하듯, 등장인물들이 질문을 던지고 답으로 받아친다. 1954년 원자력 협회의 오펜하이머 청문회와 1959년 루이스 스트로스 청문회에서 대사량은 극에 달한다. 집중해서 영화 자막을 읽어야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책 한 권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는 흐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 되도록 관람전 화장실에 다녀오고, 전날에 잠을 푹 자고 영화를 보길 바란다.
2. 핵폭발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영상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기대하는 장면은 핵폭발 장면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폭발 장면을 재현했다. 거대한 핵폭발 장면에서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 건 '소리'였다. 폭발은 오펜하이머의 내면에서도 일어난다. 오펜하이머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는 분열하고 폭발하는 소리로도 표현된다. 귀에 세게 박히는 파열음과 발 끝까지 전해지는 진동으로,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이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3. 인간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 스틸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이 영화의 제목은 '핵폭탄'이 아니라 '오펜하이머'다.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다. 핵폭발이외에도 인간 오펜하이머의 연애사부터 시작해 학문적 성취, 정치관까지 모두 담겨있다. 소신있는 물리학자, 학생들에게 영향력 있는 교수, 학술공동체와 대화하는 학자, 과학자들을 총감독하는 뉴멕시코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장 등등 다양한 인간 오펜하이머를 만나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마치 인간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담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 박사의 평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평전의 제목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한 신으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해주지만 자신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당해 파멸에 이른다. 이 영화에서는 원자 폭탄 개발로 인해 오펜하이머에게 주어지는 성공, 그로 인한 파멸의 대가를 볼 수 있다. 특히 배우 킬리언 머피의 역작이라고 할 정도로 킬리언 머피가 그려내는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4. 인물관계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영상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이 영화에는 많은 과학자가 나온다. 물리학에 관심이 있거나, 물리학을 공부했거나 물리학자가 아니라면 모를 수 있는 인물들이 나온다. 오펜하이머와 각 인물의 관계를 집중해서 보는 것을 추천하며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해 두자. 핵폭탄 개발을 두고 각기 다른 의견과 입장,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오펜하이머와 다른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은 영화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인물 간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면 내용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졸음이 몰려올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아이슈타인이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등장한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관계를 특히 주의 깊게 보자.
5. 과학과 정치
영화는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와 역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제2차세계대전과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 등을 숙지하고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핵폭탄 개발을 둘러싼 서로 다른 계산법이 등장하는데, 그건 바로 과학자들의 계산과 정치인의 계산이다. 핵폭탄을 만드는 건 과학자들이지만, 핵폭탄의 사용을 결정하는 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과 정치인들의 미묘한 신경전과 대립을 잘 살펴보자. 오펜하이머의 평전은 1,000페이지가 넘지만 읽고 간다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윤리적 딜레마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예고편 영상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나치보다 빨리, 핵폭탄을 만들어 전쟁을 종식시키고 싶어했던 오펜하이머. 영화는 핵무기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계속 질문한다. 원자 폭탄을 개발했던 오펜하이머는 모순적이게도 수소 폭탄 개발에는 반대했다. 결국 그는 세상의 구원자가 아닌 '죽음'이자 '파괴자'가 됐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핵폭발의 성공은 오펜하이머에게 영광의 끝이며 인류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핵 폭탄 투하를 계기로 제2차 세계전쟁은 끝이 났지만,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군비 경쟁은 가속화됐고, 핵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핵 폭탄은 정말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왔을까? 핵폭탄으로 인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영화는 차마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관객 앞에서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