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가 재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한 선배 교사가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뉴스1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 후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유가족이 "일기장에 갑질 내용이 있었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 20일 오전 3시, 숨진 교사 A씨(23)의 사촌오빠라고 주장한 B씨는 A씨의 소식이 보도된 기사에 여러 개의 댓글을 남겼다.
고인의 유가족이 남긴 댓글. ⓒ한국경제 기사 댓글 캡처
B씨는 최초 댓글에서 "서초경찰서 담당형사에게 의구심을 품고 여러가지 조사를 요청했지만, 진술자가 사망해 어떠한 추가 조사도 못한다고" 했다며 경찰이 장례 절차만 다그치고 압박했다고 고백했다. B씨는 "제가 하는 말이 이슈가 돼 작은아버지랑 어머니께 2차 가해가 될까 봐 이 댓글을 수십차례 쓰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근데 너무 억울하지 않나. 답답하다"는 입장 또한 전했다.
고인의 유가족이 남긴 댓글. ⓒ한국경제 기사 댓글 캡처
고인의 유가족이 남긴 댓글. ⓒ한국경제 기사 댓글 캡처
이어지는 댓글에서는 "지금 기사에서 나오는 여러 내용들 중 단 하나도 경찰서에서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며 "(고인이) 의도적으로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텐데, 경찰 측에서는 유서도 없다고 한다. 다만 집에서 일기장이 발견 됐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B씨의 댓글에 의하면 일기장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경찰이 괜한 이슈를 만드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사진 촬영을 제지했다고.
B씨는 경찰의 제지로 한 장밖에 못 찍었다며 일기장 속엔 "너무 힘들고 괴롭고 지칠 대로 지쳐 있다"는 내용과 "갑질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B씨는 "18일부터 답답함에 잠도 못 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법 또는 의학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고인 A씨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유가족 대표는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촌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글은 실제 사촌이 작성한 것 맞다"라며 "저희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학교의 교육 환경이 있다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이초 담임교사 A씨는 지난 18일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밝힌 동료 교사들의 제보에 의하면 A씨는 평소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긋자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수십 통 걸기도 했다고. A씨는 이에 대해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도 알려준 적 없는데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그 외에도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말했던 학생의 환청을 들었다거나,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등의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