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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성조기. ⓒ뉴스1, Chris Robert on Unsplash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성조기. ⓒ뉴스1, Chris Robert on Unsplash

대통령실이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들 중 국가안보실 도청 논란이 제기된 문서에 대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국방·정보 수장들은 사실상 유출 문서 대부분을 원본으로 인정하는 입장을 내놨다. 무엇이 어떻게 위조됐다는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 대통령실 주장의 타당성은 계속 의심받게 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 도청 논란 문서에 대해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은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무엇이 위조됐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어떤 형태의 도청도 없었다는 주장인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미국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시간) alrnr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시간) alrnr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미국 관리들은 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100여쪽의 문서 중 일부는 원본과 다른 내용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적어도 일부 사례들에서 온라인에 있는 정보는 우리가 원자료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고친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가 주도해 진짜 문서와 유포된 문서를 대조하는 ‘유효성’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유포된 문서들 중 러시아군 전사자를 1만6천~1만7500명,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6만1천~7만1500명으로 표현한 것은 실제 보고서와 달리 러시아군 전사자는 줄이고 우크라이나군은 늘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포 경로를 추적한 전문가들은 애초 게이머들의 채팅 앱인 디스코드에 올라온 기밀 문서 사진들이 4chan이라는 사이트와 텔레그램, 트위터로 퍼지는 과정에서 일부가 변조됐다고 보고 있다. 원본대로 유출된 문서가 퍼져나가는 중간에 일부 변조가 가해졌다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첫 입장을 밝히고 있다. ⓒMBC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첫 입장을 밝히고 있다. ⓒMBC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번 사안의 핵심을 위·변조가 아니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이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출처와 유출 범위를 밝히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월28일과 3월1일치 보고서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내용 보고서 작성 기관으로 지목된 중앙정보국(CIA)의 빌 번스 국장은 이날 한 강연에서 이번 사건은 “아주 유감스럽다”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논란이 불거진 뒤 고위급 인사들의 첫 공개 발언으로, 유포된 문서들이 대부분 원본 내용임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커비 조정관이 “이런 문서들이 공개된 영역에 노출된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오스틴 장관의 보좌관인 크리스 마어가 유포된 문서들이 원본과 “비슷한 형식”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여전히 온라인을 떠도는 문서를 삭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출 용의자는 러시아 등 외부 세력이 아니라 보고서를 다룰 위치에 있는 미국 국방부나 합참 내부자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지난 7일 <뉴욕 타임스>의 최초 보도 직후 제기된 ‘러시아 음모론’은 뒤로 밀렸다. 해킹으로 빼돌린 게 아니라 누군가 문서를 빼내 잡지 위에 놓고 사진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또 구겨진 문서 모양으로 볼 때 남몰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나왔고, 문서를 집에 가져가서 봐도 되는 보안 등급을 지닌 이는 아니라는 추정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문서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적어도 수백명이라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한겨레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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