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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부부 사망 사건‘에서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됐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8세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38세 남성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강간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충남 논산의 조직폭력배인 박모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자녀들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해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증거가 없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부부는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약 4개월 만인 올해 3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죽어서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화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뉴스1

이데일리에 따르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에 대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밝혔다. 1심, 2심 재판부가 사건 전후 A씨가 보인 모습에 대해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고 판결한 대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1,2심은 △A씨가 피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점 △외국에 있는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점 △사건 전후 CCTV에 찍힌 A씨의 모습이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자연스러운 점 △피해 후 A씨가 박씨와 10여분간 가정 관련 대화를 나눈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든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A씨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건 전후 CCTV에 찍힌 A씨의 모습과 관련해 ”박씨와 신체접촉 없이 각자 떨어져 앞뒤로 걸어간 것뿐인데 이런 사정을 들어 ‘A씨가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고 나아가 폭행·협박 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해 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것에 대해서도 ”오로지 박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의도로 진행된 대화”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처해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해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경우 다음 전화번호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생명의 전화 홈페이지(클릭)에서 우울 및 스트레스 척도를 자가진단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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