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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공식처럼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세요."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많은 사람 중에 나 하나 안 찍는다고 뭐가 바뀌겠어?'

나 하나 안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 6·3 지방선거 앞두고 돌아보는 ‘한 표’의 선거 드라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 달서구 월성1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뀔 수 있다. 개표 종료 직전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던 초접전 끝에 단 한 표, 혹은 단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사례는 한국 선거사에도 적지 않다. 다가오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역사 속 극적인 순간들을 통해 한 표가 가진 가치를 되짚어봤다.

재검표, 단 1표 차이로 바뀐 결과 

나 하나 안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 6·3 지방선거 앞두고 돌아보는 ‘한 표’의 선거 드라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8년 6월4일 치러진 강원 고성군수 보궐선거는 한 표가 가진 무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고성군수가 구속되면서 총 5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황종국 무소속 후보와 윤승근 무소속 후보가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최초 개표 결과 두 후보의 득표수는 4597표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재검표에 착수했고, 투표지를 다시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윤 후보의 표로 분류됐던 투표지 중 1장이 다른 후보를 찍은 유효표로 확인된 것이다. 결국 황 후보가 4597표를 유지한 반면, 윤 후보는 4596표에 그치며 단 1표 차이로 군수 자리가 바뀌었다.

두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경우도 있었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충주시의원 선거에서 최병오 열린우리당 후보와 우종섭 한나라당 후보는 최초 개표 결과 똑같이 1348표를 얻었다. 공직선거법상 동점일 경우 나이가 많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연장자 당선 규정으로 당락이 갈릴 뻔했다. 이후 진행된 재검표 결과, 최 후보가 1349표, 우 후보가 1347표를 득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한 표가 늘거나 줄었다. 결국 단 두 표 차이로 당선자가 뒤집혔다.

나 하나 안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 6·3 지방선거 앞두고 돌아보는 ‘한 표’의 선거 드라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 북구 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에 두 표 차이의 선거 드라마가 있었다면, 국회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단 세 표로 눈물을 삼킨 후보도 있다.

2000년 치러진 16대 총선 경기 광주 선거구에서는 박혁규 한나라당 후보와 문학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개표 결과 박 후보가 1만6675표, 문 후보가 1만6672표를 얻으며 불과 세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이 패배로 문 후보에게는 이후 '문세표'라는 애칭 섞인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선거 이후 유·무효 소송과 재검표 등 치열한 법적 다툼이 이어졌지만 최종 당선은 박 후보로 유지됐다. 이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한 표의 무게를 각인시킨 역대 최박빙 총선으로 기록됐다.

당선→동률→낙선→소송→당선, 반전의 반전을 가져온 선거 결과 

어떤 선거에서는 한 표가 선거 결과를 여러 번 뒤바꾸며 반전의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2018년 청양군의원 선거는 말 그대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사례다. 최초 개표 결과는 김종관 무소속 후보가 1398표로 임상기 더불어민주당 후보(1397표)를 1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충남선관위가 재검표를 진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기존에 무효표로 처리됐던 1장이 임 후보의 유효표로 인정되면서 두 후보의 득표수가 동률이 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동점일 경우 연장자를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한 살 더 많았던 임 후보로 당선자가 바뀌었고 김 후보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선거 드라마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낙선자가 된 김 후보가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월 대전고법은 다시 결과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투표지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선거인의 확실한 의사 표시'를 꼽았다. 투표지에 인주 자국이 다소 번졌더라도 특정 후보를 찍은 의도가 확실하다면 유효표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기준에 따라 재판부는 김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10개월간의 한 표 전쟁 끝에 김 후보는 2표 차이로 뒤집으며 최종 승리했다.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영역을 결정하는 지방선거

나 하나 안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 6·3 지방선거 앞두고 돌아보는 ‘한 표’의 선거 드라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 북구 시민체육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직전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투표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줄어들수록, 역설적으로 결과는 더욱 적은 표 차이로 갈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선거야말로 내 삶과 가장 가까운 지역의 일들을 결정하는 한 표의 무게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한 사람은 보통 7장의 투표용지를 손에 쥔다. 시·도지사(광역지방자치단체장)부터 구·시·군의 장(기초지방자치단체장), 시·도의회 의원(광역 의회), 구·시·군의회 의원(기초 의회), 광역의회 비례대표, 기초의회 비례대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감까지 총 일곱 번의 선택권이 주어진다. 

투표소에 들어서는 순간, 유권자는 비로소 주권자로서의 존재감을 체감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행정, 교육, 의회의 향방이 바로 그 손끝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투표 안 해도 괜찮겠지'라며 포기한 그 한 표가 사실은 선거 결과의 팽팽한 균형을 깨고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다. 역대 선거사가 증명하듯, 유권자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끝내 국가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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