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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서워 눈을 뗄 수 없는 가족 호러 영화 ‘유전’(스포일러 주의!)
ⓒA24

아리 에스터의 영화 ‘유전’(Hereditary)의 시나리오를 받아 읽기 시작한 토니 콜렛은 몇 분 뒤 의아해졌다. 에이전트 측은 그녀에게 호러 프로젝트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식스 센스’에서의 섬뜩한 연기로 오스카 후보까지 올랐던 콜렛이니 호러는 익숙한 영역이다. 하지만 이건 호러가 아니라 어두운 드라마에 가까워 보였다. 그녀가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우리 팀에게 ‘나는 무거운 건 하고 싶지 않다. 당분간 코미디를 몇 편 하고 싶다.’ 그런데 그들은 이걸 보내주며 ‘무슨 말인지는 알지만, 제발 한 번 보기나 해달라.’고 말했다.” 콜렛이 지난 주에 한 말이다.

 

코렛이 연기하는 애니 그레이엄은 디오라마 아티스트다. 첫 등장 장면에서 자기 어머니의 추도사를 읽는다. 시작부터 두려움이 드리워진다. 콜렛은 자신의 어머니는 ‘개인적 의례’를 치르는 ‘까다로운 여성’이었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죽음엔 평범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 집에 돌아오자 슬퍼하는 가족들은 이상한 일들을 겪기 시작한다. 애니의 13세 딸 찰리(밀리 샤피로, ‘뮤지컬’ 마틸다 출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 묻곤 하는 질문들을 던진다. 게으른 고등학생인 아들 피터(알렉스 울프, 니켈로디언 ‘네이키드 브라더스 밴드’ 출연)는 짜증내고 툴툴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정신과 의사인 남편 스티브(가브리엘 번)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들을 지키려 애쓴다. 가족들이 슬픔에 빠져드는 동안 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유령이 나타나고, 혀를 차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리고, 벌레들이 들어오고, 새가 날아와 창문에 부딪히고, 애니의 어머니의 무덤이 훼손당한다.

 

가족 드라마에서 공포가 태어난다.

 

“이 영화를 설명할 때조차 나는 가족의 비극이 악몽으로 변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 좋은 일들이 계속 일어날 때 삶이 악몽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에스터의 말이다.

 

너무 무서워 눈을 뗄 수 없는 가족 호러 영화 ‘유전’(스포일러 주의!)
ⓒA24

 

이 영화는 31세인 에스터의 데뷔작이다. 그는 온갖 기념비적 영화들을 염두에 두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정 멜로드라마’ 장르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전통적 호러물들도 있었다. 울프에게는 ‘유전’이 ‘로즈메리의 아기’와 ‘보통 사람들’을 섞은 것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콜렛은 ‘아이스 스톰’의 영향을 느꼈다. 제작진에게는 ‘지금 보면 안돼’를 보여주고 ‘싸이코’에서 재닛 리가 죽는 장면을 레퍼런스로 들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에스터는 ‘침실에서’, ‘외침과 속삭임’과 같은 심리극,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감독인 마이크 리(‘전부 아니면 무’, ‘비밀과 거짓말’)의 자연주의적 작품들을 내내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한다.

 

콜렛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벨벳 골드마인’, ‘디 아워스’, ‘이브닝’, ‘미스 유 올레디’, ‘유나이티드 스테이트 오브 타라’ 등의 무거운 역할을 내면화하는 걸 피하려던 콜렛이었지만, 에스터의 시나리오에 굴복하고 말았다. 십대 때 친구 집에서 ‘나이트메어’를 본 이후 호러에 대한 흥미를 잃은지 오래였는데도 말이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의 심야 상영작 중 하나였는데, 최근 몇 년 간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다는 평들이 많았다. (콜렛은 긍정적 입소문에 대해 “나는 이런 경험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개봉 전의 입소문은 중급 블록버스터에 육박했다. 트렌디한 인디 매체 A24가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오션스 에잇’과 비슷한 성적을 미국 전역에서 올릴 가능성을 점쳤을 정도이다. 보통 쉽게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물 ‘데드풀 2’,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곧 개봉할 ‘쥬라기 월드’ 속편들이 잘되는 시즌이지만, 평범한 흥행용 호러물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려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너무 무서워 눈을 뗄 수 없는 가족 호러 영화 ‘유전’(스포일러 주의!)
ⓒA24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걸 주목표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이러게 넓은 호응을 받았다는 건 놀랍고도 반가웠다. 아주 심각한 가족 드라마를 호러 영화에 심어넣은 영화고,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은 아주 좋다고 본다. 주류 관객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호러 영화가 아니었다면 극도로 황량하고 절망적인 드라마만 남았을 텐데, 그걸 누가 보겠는가?” 에스터의 말이다.

 

애니의 집에 나타나는 유령은 주의를 딴데로 돌리기 위한 장치에 가깝지만, 유령이 사라지고 나도 공포는 가라앉지 않는다. ‘유전’은 아주 불길한 것을 향해 다가간다. 그레이엄 가족이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두려움도 커져간다. 회복을 시도하지만, 또다른 상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가족의 역사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의 치유에 끼어든다. 싸움, 패닉, 교령회, 오컬트 신화, 위협적인 나무 위의 집, 루스 고든 풍의 앤 도드 출연, 그리스 신화 속의 비운의 공주 이피게니아에 대한 레퍼런스가 등장한다. 극장 의자에서 두려움에 떨며, 낯선 이들과 함께 불안하게 키득거리는 게 이 모든 것들을 보는 최고의 방법이다.

 

스릴러적 미학과 으스스한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해 에스터는 130페이지짜리 설명서를 썼다. 매 샷마다 배우의 움직임에 반응해 카메라가 어디서 들어갈지, 복잡한 스턴트는 어떻게 해낼지, 음악(과 효과음)은 어떻게 기능할지 등을 적었다. 실제 가족이 사는 우아한 집을 찾아 가족들을 다른 거처로 옮기고 집을 다시 꾸미려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유타주 사운드스테이지에 세트장을 지었다. 작년 여름에 그곳은 그들의 임시 집이 되었다. 지붕조차 없는 집이었다(‘유전’의 제작비는 1천만 달러 미만이라고 알려졌다).

 

“아리는 통제를 많이 한다. 나쁜 뜻이 아니고, 아주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우리의 세트장이 있어서 환경을 통제하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콜렛의 말이다.

 

울프는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천장이 있는 진짜 집에 있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가 웃으며 말한다. “그랬다면 훨씬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영화엔 장점이 되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고개를 숙인채 시선을 들지 않았다. 모두 나를 피터라고 부르게 했다. 나는 석 달 동안 나를 고문했다. … [‘쥬만지: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아주 좋은 교훈을 얻었다. 내가 앉아있으면 [제이크 캐스단 감독은] ‘OK, 이제 네 손이 사라지고, 너는 TV 화면으로 날아가며 비명을 지를 거야.’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라고 생각하다가 ‘젠장, 난 TV 화면으로 날아간다!’라고 마음 먹었다. 그런 태도를 취하면 두려울 게 없다. 나는 ‘젠장’ 태도를 좋아한다. 그냥 해버리는 것이다.”

 

서서히 고조되는 이 영화를 보는 데만도 ‘젠장’이라는 주문이 필요하다. 에스터는 3시간짜리 편집본을 보다 보기 편하게 127분으로 줄였다. 중간에 긴장을 키워가는 장면들 30분 가량을 잘라냈다. 지금 형태의 ‘유전’은 주요 질문들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애니는 좋은 어머니인가? 애니가 만드는 인형의 집 작품들이 자녀들의 괴상함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 틱틱거리는 소리와 뒤틀림은 무슨 의미인가? 대체 이 모든 것의 결말은 무엇인가? 한 가족이 견딜 수 있는 재앙은 얼마 만큼인가? 단서가 드문드문 등장한다.

 

너무 무서워 눈을 뗄 수 없는 가족 호러 영화 ‘유전’(스포일러 주의!)
ⓒA24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는, 의미가 있는 옛 호러 영화의 전통을 따르고 싶었다. 비통함을 겪는 커플을 중심에 놓은 호러 영화들이 정말 많지만, 그 상황에서 무서운 일들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그 설정은 무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나는 괴로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즈메리의 아기’에서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하지만, ‘유전’은 ‘바바둑’, ‘더 위치’, ‘렛 미 인’, ‘곡성’ 등 예술 영화 감성을 동원해 고전 호러물들을 발전시킨 최근 영화들과 같은 맥락이다. 놀라 펄쩍 뛰게 만들고 연쇄 살인범을 동원하는 것 이상의 영화라는 의미로 ‘고상한(elevated) 호러’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 장르의 신봉자들은 볼 수 있는 영화라면 다 본다. 싸구려 전략과 초보적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영화들이 많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 ‘잇’, ‘겟 아웃’, 해피 데스 데이’, ‘더 퍼지’ 시리즈가 거둔 성공을 보라. 에스터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정말 많은 영화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분을 해야 한다. 고정 관객이 있고, 위험-보상 알고리즘이 [헐리우드] 제작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제작사들은 이런 영화들을 지극히 냉소적으로 만들어 낸다. 굉장히 얄팍하고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그저 수요에 맞추기 위한 영화들이다. 그러므로 어떤 영화가 돈벌이용인지, 어떤 영화가 보다 진실된 작품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프포스트US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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