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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 조시 해밀턴이 쓴 또 한 번의 드라마

돌아온 탕아 조시 해밀턴(Josh Hamilton)이 이틀 전의 연타석 홈런에 이어 오늘은 역전 끝내기 2루타를 터뜨렸다. 인생 자체가 영화인 이 선수가, 실제로도 영화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또 한 번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만들며 시나리오에 반전을 추가했다. 그의 생애 이야기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고교시절의 그는 100년 만의 재능, 제2의 미키 맨틀 등의 평을 들을 만큼 독보적인 선수였다. 방망이를 휘두르면 110마일, 공을 던지면 96마일이었고 심지어 발도 겁나게 빨랐다. 이내 1999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1년 봄, 신호를 위반한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하며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허리와 등을 다친 그는 요양하는 도중 불량한 무리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내 문신으로 시작해 각종 약물로 치달으며 급격히 망가진다. 부상회복 역시 더뎌져서 예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나날이 문신과 약물에 탐닉한다. 자연히 징계가 이어지며 사실상 퇴출되는 단계에 이르렀고 아내마저 그를 집에서 쫓아낸다. 11번의 자살 시도, 8번의 약물 재활, 온몸에 빼곡한 문신이 그 시기의 흔적이다.

해밀턴을 정신 차리게 만든 건 할머니였다. 방황하는 과정에도 끝까지 그를 믿어주었던 (임종이 가까운) 할머니의 "더 이상 죽어가는 손자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는 초인적인 의지로 약물을 끊고 다시 운동에 매진한다.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가며 밑바닥에서 죽을 각오로 개인훈련을 하는 그를 본 동료선수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내는 등 도와준 끝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자격정지 징계를 풀어준다. 2006년이었다. 드래프트 후 7년이 흐른 시점.

2007년에야 늦깎이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다. 그의 데뷔 타석 때 관객들은 무려 22초간 기립박수를 치며 그를 맞아준다. 그해 해밀턴은 절반을 조금 넘는 90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92, 19홈런, OPS .922의 빼어난 성적으로 자신의 재능이 쇠퇴하지 않았음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선발투수가 절실했던 팀 사정에 의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된다.

'돌아온 탕아' 조시 해밀턴이 쓴 또 한 번의 드라마

2010 아메리칸리그 MVP 조시 해밀턴

이적 첫해인 2008년에 .304, 32홈런, 130타점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 130타점은 리그 1위의 기록. 2009년엔 잠시 부진했지만 2010년에 완벽히 반등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고 무려 MVP까지 수상한다. 성적은 .359, 32홈런, 100타점으로 이땐 타율, 장타율, OPS 1위였다. 그의 전성시대였다. 조시 해밀턴이라는 이름은 미국 전역을 도배하며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밀턴의 기구한 팔자는 2011년에 또 한 번 그를 뒤흔든다. 소방관이었던 섀넌 스톤이 야구장을 찾으며 그에게 부탁을 했다. 평소 아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야구장에 갈 것이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로 당신이다, 혹시라도 파울볼을 잡거든 우리에게 꼭 던져 달라, 아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해밀턴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파울볼을 섀넌에게 던져주었지만 여기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그걸 잡으려던 섀넌이 6미터 높이의 펜스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선물을 받기는커녕 아버지의 사망을 눈앞에서 보게 된 아들 쿠퍼는 충격에 빠졌고 해밀턴 역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사고는 그해 포스트시즌 첫 경기의 시구 이벤트로 이어졌다. 레인저스 구단은 쿠퍼를 초청해 시구를 맡겼고 그 공을 받아준 사람이 바로 해밀턴. 시구 후 해밀턴과 쿠퍼, 그리고 섀넌의 미망인이 나누는 포옹 장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구' 등의 타이틀로 세계 언론에 대거 보도된다. 한국에서도 힐링캠프의 김성주편,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아래가 당시의 영상이다.

고통스러웠던 2011년을 넘겨 FA를 앞둔 2012년에 해밀턴은 다시 대폭발한다. 0.285, 43홈런, 128타점으로 이번엔 홈런과 타점 2위. 홈런왕 타이틀을 놓고 미겔 카브레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단 한 개가 모자라 2위에 자리했다. (그해 카브레라는 타격 3관왕을 달성하며 MVP를 차지한다.)

그리고 해밀턴은 FA가 되어 LA에인절스로 이적한다. 5년간 1억2천3백만 달러로 연평균 2500만 달러에 육박하는 초특급 대우. 그러나 그곳에서의 2년 동안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을 뿐더러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다 어깨수술까지 받는다. 덩달아 태업 논란도 일며 언론과 팬들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실패한 계약이고 해밀턴은 이제 끝났다고들 했다.

그러던 와중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다시 약물에 손을 댔다고 구단에 털어놓았다. 도핑테스트에 걸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한창 좋았던 몇 년 전엔 리그 우승을 확정한 후의 샴페인 세리머니조차 불참했던 해밀턴이었다. 알콜 냄새를 맡으면 무너질 것 같다며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순간조차 거부했던 그가 다시 약물에 손을 댔다. 구단은 실망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인간승리 스토리의 마지막을 맞는 듯했고 급기야 아내와도 이혼 절차에 돌입했다.

'돌아온 탕아' 조시 해밀턴이 쓴 또 한 번의 드라마

레인저스 복귀 기자회견 모습

결국 그는 한 달 전에 텍사스 레인저스로 도로 트레이드됐다. 남은 연봉 8300만 달러 중 무려 6800만 달러를 에인절스가 보조해주는 조건으로 사실상 포기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기대하는 바가 없으니 1500만 달러라도 건지자는 심산. 거기서 600만 달러를 다시 해밀턴이 포기하며 레인저스로선 남은 3년간 그를 900만 달러에 쓰게 된 셈인데 일각에선 그것조차 낭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2년간 부진한 데다 다시 약물에 손을 댄 해밀턴에겐 희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활과정을 거쳐 그는 최근 메이저리그에 복귀했고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 4연전에서 드라마를 집필했다. 레인저스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는 가운데 들어선 1차전 첫 타석에서 총알 같은 2루타를 때리며 복귀를 신고했고, 2차전에선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그가 진짜 돌아왔음을 천명했다. 그리고 오늘 벌어진 마지막 4차전에선 3:2로 뒤진 9회말에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역전 끝내기안타의 주인공이 되었다. 팬들이 원하던 바로 그 모습이었고 현지 해설자는 "레인저스의 골든보이가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에인절스 구단주는 웁니다. ㅠㅠ)

남은 3년의 계약기간 동안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그의 몸 상태가 상당히 좋은 수준인 것 같고 수비에서 악착같이 공을 잡아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의지도 충만한 듯하다. 스스로의 재능과 역량,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았던 시간을 보낸 텍사스 팬들의 응원으로 선수생활의 후반부를 멋지게 장식해주길 바란다.

P.S. 그의 커리어 중심으로 썼기에 팬들을 서운하게 했던 몇몇 발언들이나 이런저런 논란 및 실수 등은 생략했다. 팬들 사이에서 그는 애증의 존재이다. 현지 댓글을 보면 열광과 경멸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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