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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초기에 ‘자궁 안에’, ‘정상적으로 심장이 뛰고 있고’, ‘유산의 징조가 없는’ 배아를 확인했다면 일단 큰 고비 하나는 넘긴 것이니 잠시 한숨 돌리는 게 좋다.

12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태아의 선천성 기형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들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Dr. 허지만의 진료실 이야기] 나날이 발전하는 기형아 검사. 그리고 의사의 역할
기형아 검사가 발달되도 의사의 경험담에 기반한 도움은 필요하다. AI 이미지.

검사마다 권장 시기가 있지만, 대략 12주, 16주, 20주경으로 4주 간격으로 본다고 기억하면 편리하다. 태아의 염색체 이상의 위험도를 선별하는 소위 ‘기형아 검사’를 12, 16주에 걸쳐 실시하고, 태아의 외형이나 내부 장기의 모양을 확인하는 ‘정밀 초음파’를 20주 이후에 본다. 

물론 모든 이상을 다 진단하는 건 신의 영역이다. 그래도 이 검사를 잘 통과했다면 인간의 노력 범위에선 태아에게 심각한 선천성 기형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12, 16주에 하는 검사를 편의상 ‘기형아 검사’라고 설명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기형을 다 검사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결과지를 보면 의외로 검사하는 질환이 몇 개밖에 안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많은 염색체 이상들은 대부분 증상이 너무 심각해서 태아가 생존하지 못하고 초기에 유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우 걱정하는 선천성 기형은 모순되게도 살아서 태어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질환이기 때문에 문제다. 대표적이고 유명한 예가 바로 21번 염색체 이상인 ‘다운 증후군’이다. 기형아 검사는 사실상 다운 증후군을 선별하기 위함이라고 봐도 거의 무방하다.

다운 증후군은 1866년 영국 의사 존 랭던 다운(John Langdon Down)이 본인의 이름을 따서 처음 보고하였다. 이후 산부인과 의사의 주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다운 증후군을 출산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가?’였고 오랜 세월을 거쳐 검사 방법이 연구 개발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정확한 방법은 양수에 떠다니는 태아의 체세포를 직접 뽑아 검사하는 ‘양수검사’이다. 검사 목적으로 처음 시도된 건 다운 증후군이 보고된 후 100년이 지난 1950년대였고, 본격적으로 양수검사가 활성화된 건 1970년대였다. 보기와는 달리 비교적 안전한 검사이지만, 배에서 태아가 있는 자궁 내 공간까지 바늘을 찔러 넣는다는 점이 산모에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모의 혈액으로 검사하는 방법이 연구되었다.

1980년대 후반 태아와 태반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 물질을 산모의 혈액에서 검출하여 다운 증후군의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처음엔 3가지 물질을 가지고 검사한다고 해서 삼중표지자검사(Triple Test)라고 불렸고, 이후 하나 더 추가되어 정확도를 올린 사중표지자검사(Quad Test)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사중표지자검사는 대략 16주에 검사하는데, 1990년대에 임신 12주에 태아 초음파와 2가지 태아 관련 단백질로 다운 증후군을 선별할 수 있는 이중표지자검사(double marker test)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12주 검사와 16주 검사를 합치면 다운 증후군 검출률이 더 향상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통합 선별검사(Integrated test)’가 되었다. 통합 선별검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산모의 혈액 내에 있는 태아의 DNA 조각마저 검출할 수 있을 정도로 검사 방법이 발전했다. 이 검사가 바로 ‘비침습적 산전기형아검사 (NIPT)’이다. 검사 원리상 통합 선별검사보다 다운 증후군 검출률이 훨씬 더 높으므로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원하는 산모는 통합 선별검사 대신 NIPT를 선택한다. 검사 시기 또한 10주부터 가능하다. 검사 능력 자체는 NIPT가 기존 검사보다 뛰어나지만, 검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서 아직은 통합 선별검사와 NIPT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실시하고 있다.

검사의 장점을 설명할 때 보통 다운 증후군 검출률을 말한다. 실제로 다운 증후군 태아를 임신한 산모를 검사했을 때 검사에서 맞다고 발견할 확률이다. 비유하자면 정답을 먼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검사하는 것이다. 사중표지자검사는 80%라고 하며, 통합 선별검사는 90%, NIPT는 99%까지 향상되었다고 한다. NIPT 정도면 거의 양수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정답을 모르는 상태이니 상황이 달라진다. 우리가 필요한 건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황에서 검사 결과가 위험하다고 예측했을 때, 산모가 실제로 다운 증후군을 임신했다고 얼마나 믿을 수 있냐?’라는 것이다. 이것을 양성예측도라고 한다. 검사의 정확도가 아무리 100%에 가까워진다고 해도 질환 자체가 희귀하면 양성예측도는 감소한다. 따라서 아무리 NIPT에서 이상 소견이 있다고 할지라도 양수검사로 확인하기 전까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로 과거엔 이런 경험담을 말하는 산모들이 많았다.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이다.
 
“의사가 검사 결과 태아가 다운 증후군일 수 있다고 말하며 양수검사를 권유하며 겁을 줬다. 그렇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낳을 거 아니냐고 생각하여 의사의 조언을 거부했다. 의사의 각종 경고 및 우려 속에 출산하고 보니 뭐 그냥 건강한 정상 아이였더라.”

다행히 괜찮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의사가 돌팔이였다”라고 말하는 마무리는 덤이다. 특히 요즘 검사에 비해 부정확했던 삼중표지자검사나, 사중표지자검사를 주로 하던 1980년대 후반에 비슷한 경험담이 많았다. 해당 검사에서 ‘고위험군’이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정상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운 증후군일 수 있는 확률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양수검사로 확인이 필요한 것이다. 태아가 정말 다운 증후군이면 여러 가지 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NIPT는 검사의 정확도가 매우 높고, 산모의 나이가 많아지는 추세라 다운 증후군 발생 확률도 증가하여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NIPT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양수검사에서도 이상이 있을 확률이 많이 높아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확진은 양수검사라는 점은 변함없다. 그래서 필자는 과거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돌팔이 의사 경험담’을 여전히 기억해 두고 있다. 선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 산모가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다.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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