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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가는 두 줄에 몸을 의지해 일어선다. 남들보다 22번 염색체가 한 개 많은 `이매뉴얼 증후군'을 앓고 있는 송시후군이다. 염색체 이상은 시후의 왼쪽 몸에 장애로 나타났다.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기 어려운데다 측만증이 심해져 일곱살인데도 시후는 홀로 앉기 어렵다. 이날 시후는 뉴턴박스 재활치료를 받았다. 기구와 연결된 줄이 아이의 몸을 누르는 중력을 줄여줘 홀로 설 때의 고통을 줄여준다. 그럼에도 시후가 엉엉 운다. 며칠째 계속되는 감기 탓인지, 연달아 받는 치료가 힘들어서인지 어른들은 모른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시후는 그저 운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송시후(7)군이 지난달 13일 서울 마포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뉴턴박스 치료를 받으며 힘겨워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치료라도 받을 기회를 얻은 시후는 차라리 운이 좋은 편이다. 소아 재활은 성인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수가는 턱없이 낮다. 현행 건강보험요양급여에서 6살 미만 어린이들의 신경학적 검사 등 일부 항목에 소아가산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재활치료는 해당되지 않는다. 선진국들이 어린이 재활의 중요성을 인지해 병원 운영 비용의 상당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병원 수만 일본 202개, 독일 140개, 미국 40개에 이르는 점과 대조적이다. 근본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시후의 이번 입원치료기간 마지막날이었던 지난달 28일 시후는 해가 저물 무렵까지 종일 재활치료를 받았다. 활동보조인이 낮병동에서 아직 대소변을 못 가리는 일곱살 시후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작업치료 과정 중 볼풀장에 들어간 시후가 울고 있다. 작업치료사가 아이가 가린 공을 치울 수 있도록 놀이처럼 계속 반복해주고서야 시후는 울음을 멈추고 공을 치웠다.

시후가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어린이들의 통합적인 재활치료와 사회 복귀를 돕고자 지난해 4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통합 병원이다. 국내 최초가 아니라 국내 유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어린 시절 장애 증상을 완화시킬 경우 그 사람의 평생이 달라지고 사회적 비용도 감소한다. 이런 어린이 재활의 중요성을 깨달아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같은 일을 시작한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3년을 넘기지 못한 채 요양병원 등으로 바뀌거나 의원 단위로 규모를 줄이고 문을 닫았다. 어린이 재활치료 여건의 구조적 적자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장준혁(2)군이 지난 9일 재활치료센터에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모습이 알록달록한 교구 너머로 보이고 있다. 준혁이는 생후 4개월 때 걸린 뇌수막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었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생후 4개월 때 뇌수막염으로 뇌병변 장애를 얻은 장준혁(1년10개월)군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전기 작업 치료를 받고 있다.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각계각층의 기부와 성원이 병원을 짓고 문을 열게 했으나 운영 1년을 돌아보면 30억원가량 적자다. 개원 첫돌을 앞두고 있으나 병원에는 아직 아이들의 걸음이 닿지 못한 채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더 많은 예산이 확보돼 치료사들을 좀 더 고용한다면 지금 병원 밖에서 자신의 차례를 고대하는 아이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한 어린이가 로봇치료실에서 기계의 도움으로 걷기 훈련을 받고 있다.

2월의 마지막날, 석달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장태환(13)군이 어머니와 의국을 찾았다. 그간 자신을 돌봐준 의료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김경묵 의료사회복지사가 무릎을 꿇어 휠체어에 앉은 장군과 눈을 맞춘다. 병원의 여느 이별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다음 입원 차례를 기다릴 어린이들과 달리 올해 `청소년’이 된 장군은 이 어린이재활병원에 다시 올 수 없다. 여건상 이 병원이 청소년까지 돌볼 수 없는 탓이다. 어머니 김강림씨는 “장애가 완치된 것도 아니고 아이의 삶은 이어지는데, 청소년이 되어 그나마 실낱같던 치료기회도 더욱 줄어들었다”며 혹여 아이가 실망할까 몰래 눈물을 훔친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2004년생 장태환 군은 올해부터 청소년이다. 석 달 기간이 끝나 이날 퇴원하는데 병원은 여건상 청소년 진료를 받지 못해 다시 순서를 기다려 이 곳에 올 수도 없다. 김경묵 의료사회복지사가 태환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이제 청소년이 되어 이곳 어린이재활병원에 다시 올 수 없는 장태환(13)군이 지난달 28일 마지막 퇴원을 하고 있다.

한국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

장군을 배웅하고 돌아온 병원은 여전히 환하고 따스하다. 치료를 위한 시설과 기구 모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동심을 어루만진다. 길고 힘든 치료를 견뎌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키즈카페와 다르지 않은 그곳에서 아이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자신과 싸운다. 아이들의 눈물과 노력이 외롭지 않게, 이제라도 어른들의 부끄러운 손이 다가가기를. 국내 유일의 어린이재활병원이 또 사라지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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