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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닐까요
ⓒ연합뉴스

5월엔 며칠 사이를 두고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대개 결혼한 남녀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를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중요하지만 특히 이 나라처럼 고정관념이 큰 힘을 발휘하는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편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끊임없는 구설과 눈총에 시달리게 되니까요.

'어린이날'은 공휴일이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은 그날이 왜 공휴일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린이날'은 밀린 부모 노릇을 하라고 공적으로 주어지는 휴일이고, '어버이날'은 밀린 자식 노릇을 하라고 정해준 날입니다.

'어린이날'은 공휴일인데 '어버이날'은 공휴일이 아닌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린이날'이 공휴일인 건,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 온종일 함께 놀아주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어버이에게도 함께 놀아드리는 게 가장 좋은 선물 아니냐고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과로하지 않는 젊은 어버이가 원하는 건 놀러가는 것일지 몰라도, 과로하는 젊은 어버이가 원하는 건 휴식이 아닐까요?

그럼 늙으신 어버이-- 요즘 늙었다는 표현을 쓰려면 여든은 넘어야 합니다 --가 원하는 건 무어냐고요? 그건 장성한 자식(들)을 '보는' 것입니다. '노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아들딸과 손자 손녀들과 놀고 나면 지쳐 병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사랑은 하루 종일 해도 되지만 부모에 대한 효도는 하루 종일 하지 말고 평소에 자주 조금씩 해야 합니다. 온종일 함께 노는 대신 자주 찾아뵈어야 하는 거지요.

부모의 마음을 알려면 부모가 되어봐야 한다지만 이 나라에선 부모가 되는 사람의 수가 줄고 있습니다. 우선 결혼하는 사람의 수가 계속 줄어드니까요. 조금 전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지난해 서울에선 6만5천 쌍이 결혼하여, 하루 평균 178쌍이 결혼했는데, 이는 1990년 10만4천 쌍과 비교할 때 37.6퍼센트나 줄어든 것이라고 합니다. 초혼 연령도 지난해의 경우 남자 32.8세, 여자 30.7세로 20년 전보다 각각 4.2세, 4.9세 늦어졌다고 하니, '어린이날'의 의미는 모른 채 그냥 공휴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기사의 사회적 함의를 생각하다가, 아내가 '밤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스물아홉 살 남편이 투신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급성 패혈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아내는 남편이 사망하고 몇 시간 후에 숨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2년 전에 결혼했는데 자녀는 없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누구나 사랑과 결혼과 인생이 무엇인가 묻게 됩니다.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해보지 않고 살아보지 않고도 알면 성인이고, 해보고 살아보고도 모르면 모자라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사람은 해보고 살아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마지막 그룹의 일원입니다. 제 몸에 찾아오는 '노화'는 모르던 것을 조금씩이나마 알아가기 위해 지불하는 수업료이겠지요. 견디기 힘든 슬픔과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늙도록 살아가기 바랍니다. '아, 이거로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김흥숙의 생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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