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성 스파이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친분을 이용해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중국으로 빼돌리고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스파이는 자신을 한 데이터센터 기업의 CEO라고 소개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해당 기업이 동남아시아에서 엔비디아 반도체를 확보해 중국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러 메가스피드 CEO(왼쪽)가 2024년 6월 타이페이의 한 술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옆에 앉아 있다. ⓒ넷선더 링크드인 게시물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29일(현지시각)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앨리스 황(황러) CEO가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한 의혹을 미국 당국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황러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에 황러 CEO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주요 현안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파악했거나 엔비디아 관련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젠슨 황 CEO가 황러 CEO와 만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며 "고객과의 만남은 CEO의 업무 중 하나이며, 젠슨 황 CEO는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들과 만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을 당시 미국 당국자들은 젠슨 황 CEO가 황러 CEO의 공작 활동을 알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보기관이 이후 관련 사안을 재평가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젠슨 황 CEO가 황러 CEO의 공작 활동을 계속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메가스피드가 중국으로 반도체를 밀수했다는 주장을 자체 조사했으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메가스피드는 동남아시아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반도체를 구매한 뒤 중국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임대하는 사업을 해왔다.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도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당국은 중국 기업들이 AI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메가스피드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조사관들은 메가스피드가 구매한 엔비디아 반도체 일부가 중국으로 불법 반입됐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말 상무부 관계자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메가스피드 데이터센터를 방문한 뒤 이 회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발견된 엔비디아 장비는 여전히 상자에 포장된 상태였는데, 이는 설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반출입되는 중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무역 플랫폼 임포트지니어스가 확보한 거래 기록에 따르면, 메가스피드의 말레이시아 자매 회사는 2024년 6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엔비디아 칩과 기술이 포함된 첨단 AI 장비를 최소 48억 달러(약 6조4천억 원)어치 구매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로서는 이례적 금액이다"고 평가했다.
한 소식통과 IT 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메가스피드는 주요 고객인 알리바바에 계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2년부터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반도체를 중국으로 불법 반입하는 사례가 드러났으며, 다른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합법적으로 구축한 뒤 중국 기업에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량의 반도체를 구매해 왔다.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와 의원들은 이러한 규제의 허점을 문제 삼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현 행정부는 규제를 다시 강화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AI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판매 제한을 완화하도록 설득해 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 미국 정부가 중국에 판매를 허용한 특정 엔비디아 반도체 매출의 25%를 확보하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6년 10월8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새로운 황금 시대" 정상회담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서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황러 CEO와 관련한 정보 분석 결과를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 1년 전 황러 CEO에 관한 정보 분석 결과를 보고 받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와 주식 시장을 지탱하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판매에 차질이 생기고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더 악화될까 우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