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소셜미디어(SNS) 스레드에 올라온 글이 온라인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때로 나이 든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로 쓰이는 '아줌마'를 자유와 해방의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줌마. AI 합성 이미지
글쓴이는 "나는 아줌마를 멸칭으로 쓰는 사람이 싫은 거지. 아줌마라는 어감도 내가 아줌마인 것도 좋다"며 "누군가의 평가 대상이 마침내 아니게 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이 나를 그저 무해한 NPC(Non-Player Character)로 본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NPC는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지 않는 등장인물을 뜻한다. 글쓴이가 자신을 '무해한 NPC'에 빗댄 것은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는다'는 소외감이 아니라 더 이상 누군가의 성적 관심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편안함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여성으로 평가받는 것에서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라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저 인간인 사람이 된 느낌", "약간 제3의 성 느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이성과 친밀하게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여지를 주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잠재적 성애의 대상인 '여자'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 인식될 수 있게 됐다는 이 편안함이 좋아"라고 공감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젊음과 외모,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평가하는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다. 누군가의 관심을 끌거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기대와 평가는 여전히 일상에서 나타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14일 발표한 '2026 젠더인식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성인 응답자의 72%는 최근 1년간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여자답게', '남자답게' 등 성 역할을 기대하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18~29세 여성의 68%, 30대 여성의 52%는 이러한 표현이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27일부터 3월3일까지 진행됐다.
같은 조사에서 18~29세 여성의 51%, 30대 여성의 52%는 최근 1년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직장 내 성차별적 언행도 확인됐다. 지난 1월15일 공개된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류지헌 연구원과 리서치 전문기업 깔로의 '대한민국 직장 내 여성 인권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369명 중 37.7%는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 외모 평가 등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일이 '가끔 또는 자주'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줌마'라는 호칭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번 글은 익숙한 단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아줌마'를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또는 낮추어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정의한다. 지난해 7월 24일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아줌마'가 혐오 표현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올라오자, 국립국어원은 같은 달 26일 이 같은 사전적 정의를 제시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나이와 외모를 평가하는 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런 평가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여성이 출산 이후 같은 해방감을 느끼는 것도, '아줌마'라는 호칭을 반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호칭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의 선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